연쇄회담서 북미 틈새 좁히기…폼페이오 방북 여건 조성 주력할 듯
10∼12월은 종전선언 위한 '운명의 시간'…문대통령 중재역에 시선 집중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이자 첫 평양 회담이 오는 18∼20일로 확정되면서 잠시 멈춰섰던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열차가 다시 내달릴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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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남북미 종전선언 승부수 (PG)

특히 평양 정상회담 직후인 이번 달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하기로 하면서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을 면치 못했던 비핵화 로드맵도 어렴풋하게나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9월에 남북 및 한미 연쇄 정상회담을 거쳐 연내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게 현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물론 문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런 밑그림을 그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초 문 대통령은 8월 말 또는 9월 초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각국 정상급이 모이는 9월 하순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3자 또는 중국이 포함된 4자가 함께 하는 종전선언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고 이를 추진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가시화하면서 북미 관계가 큰 진척을 보일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다.

하지만 북미 간 이견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되면서 새 판을 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그래서 나온 게 '9월 남북정상회담→유엔총회 계기 한미정상회담→연내 종전선언 추진'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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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의 남북정상
지난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핵화 문제를 다뤄오던 문 대통령의 시선은 항상 종전선언에 맞춰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완전한 한국전쟁 종결 선언으로 북미 적대관계 해소를 공식화하는 동시에 북한 비핵화의 입구이자 평화협정의 디딤돌로서 종전선언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종전선언이 이뤄져야 북미가 의구심을 떨친 상황에서 비핵화,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로드맵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대로 문 대통령은 기회가 닿는 대로 연내 종전선언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전날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도 6일 방북 결과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관련국 간 신뢰를 쌓기 위한 첫 단계라는 게 우리 정부 생각으로 북한 역시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꽃 피울 평화협정을 위한 비핵화의 입구가 종전선언이라는 데 남북 정상이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일단 남북 및 한미 정상회담이 앞으로 약 3주 안에 모두 열리는 것으로 '세팅'된 만큼 관건은 두 정상회담에 모두 관여하는 문 대통령이 이들 정상과의 대좌를 통해 북미 간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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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정상, 굳게 잡은 손
지난 5월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손을 잡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시적인 관점에서 문 대통령은 당장 4차 방북이 무산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재방북 성사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앞선 3차례 방북이 북미 간 일정한 성과를 확보해 왔다는 측면에서 이는 현실적인 옵션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가능성이 커지자 남북은 비핵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추동한다는 차원에서 9월 평양 정상회담에 합의하면서도 날짜를 못 박지 않는 등 이에 대한 기대를 표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무산됐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가시화하던 지난달 16일 문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네 번째나 방북하는 것은 전례 없는 속도감을 보인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큰 기대감을 표현할 정도로 비핵화 진전에 대한 북미 간 '빅딜'이 현실화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따라서 그간 일부 핵실험장 폐쇄와 미군 유해 송환 등 미국에 성의를 보여왔던 북한의 선(先) 종전선언 주장과 실질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이라며 핵 무기·시설 리스트 제출이 먼저라는 미국의 입장차를 좁혀 접점을 찾는 게 최우선 과제다.

북한에는 미국을 움직일 만한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 이행을, 미국을 향해서는 종전선언으로 가는 길목의 문턱을 낮추도록 하는 데 각각 전략의 초점을 맞추면서 이 둘을 조화시킬 묘안을 짜내는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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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김정은과 대화 나누는 정의용 특사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절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북한 평양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5인의 대북 특사단은 평양에 11시간 40분을 체류하며 남북정상회담 일정·남북관계 진전·비핵화 방안 협의를 마치고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귀환했다. [청와대 제공] hkmpooh@yna.co.kr

현재로선 분위기가 나빠 보이지 않는다.

당장 김 위원장은 특사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적대적 북미 관계 청산과 비핵화 실현 희망 사항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북미 간 교착 국면에서 나온 언급치고는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이 "한미동맹이 약화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한 것도 종전선언을 주한미군 철수와 연관 짓는 일각의 우려를 해소할 수도 있는 발언이어서 문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비핵화 문제는 당사자인 북미가 만나 풀어야 하는 사안이어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미 정상의 진정성을 서로에게 전달하면서 상호 신뢰 쌓기를 측면 지원하는 동시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주선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특사단을 통해 전달했고, 특사단이 받아온 김 위원장의 메시지 역시 곧 미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중재자이자 촉진자로서 문 대통령의 이런 역할의 성패가 한반도 대변혁의 물꼬를 틔워줄 종전선언의 현실화 여부, 나아가 연내 가능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판문점선언의 전면적인 이행을 통해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으로 분단의 장벽을 허물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 역시 여기에 달린 셈이다./연합뉴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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