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만드는 사람들
국대 사격선수·감독 출신
선수 맞춤형 용품 제작
수익 일부 사격계 환원
지난 3일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10m 공기소총 여자 시니어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를 놀라게 한 임하나. 사격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임하나가 입고 출전한 사격복에 주목했다. 유럽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업계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배성덕(48) VEGA 대표가 만든 옷이었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창원시청·상무 등을 거친 전 국가대표 사격 선수이자 감독이다. 선수 시절 세계주니어 신기록과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가깝게는 2010년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50m 소총3자세 단체전에서 3518점을 쏴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배 대표는 2010년 서울예술직업전문학교에서 양장·미싱 기술을 배우며 사격용품 업체 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선수·감독 생활을 병행하며 5년 가까이 배운 기술을 갈고닦은 배 대표는 2016년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VEGA 사격복·사격화·양말·면 티셔츠·허리띠·모자 등을 만들고 있다. 제작은 철저히 수작업이다. 선수 한 명 한 명 체형을 파악하고 나서 그에 딱 맞춰 옷을 만든다.
배 대표는 "전문 선수 출신이 사격용품 사업을 하는 일은 드물다"며 "덕분에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어떤 점인지를 늘 생각하고 이를 기능화시켜 용품에 녹여내고 있다"고 말했다. 배 대표 노하우 덕에 VEGA는 실업팀·개인·학교·관공서 등과 계약을 맺고 용품을 공급하는가 하면 일본·중국 등에 대리점을 두는 등 그 영향력을 점점 키우고 있다.
배 대표는 "대부분 업체가 캔버스 원단을 이용해 사격복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VEGA는 플라스틱 원단을 사용해 새 제품을 만들고 상의 왼쪽 부분을 고무원단으로 채우며 차이를 줬다"며 "고무원단은 접지력과 그립감을 높여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기도 한다. 플라스틱 원단은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아 선수 컨디션·감각 유지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배 대표는 마냥 사업 확장·이익 창출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임하나가 속한 청주여고에 서비스 차원으로 사격복을 제공한 것이 한 예. 배 대표는 "내가 만든 옷을 입은 대한민국 선수들 경기력이 향상하고 세계적인 선수까지 나온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런 마음이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며 "더 나아가 전 세계 선수들이 한국산 사격용품을 애용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이번 대회에 대한 애정 어린 목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배 대표는 "창원에서 이런 대회가 열린 점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