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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자신을 꼬옥 안아주세요

달라진 나
남들과 비교하기보단 주체적으로 살기

시민기자 황원식 webmaster@idomin.com 2018년 09월 06일 목요일

친구와 창원의 빌딩숲 한복판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 탄산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톡 쏘는 첫 한 모금이 너무 좋았다. 친구는 그 장소가 좋은 이유가 경제를 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거대한 도시에서 확실히 뒤처진 것 같았다. 그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최근 너무 나태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문화센터에서 하는 강의도 잘 안되었다. 수강생이 없다. 다음 달에는 지금 하고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돈을 더 많이 버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공장에 가든지 다시 백화점에서 발레파킹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우울감이 밀려오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예전과 분명히 달라졌다.

유튜브로 법륜 스님의 '반야심경' 법문을 들었다. 주제는 모든 것이 공(空)이라는 것. 이 세상의 어떤 것도 그것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것이 없다고 하였다. 원효대사도 동굴에서 해골물을 마시고 구토하면서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 물은 스님의 갈증을 해소해준 고마운 물이기도 하고, 더러운 해골물이기도 하다. 똥은 누군가에게 더러운 오물이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거름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실패들도 부정적으로 보면 상처이고, 긍정적으로 보면 소중한 거름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다 상대적이다. 그것 자체로는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는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이다. 내가 좋게 보면 좋은 거고, 나쁘게 보면 나쁜 거다.

어떤 사람이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고 해보자. 스님은 그런 상황에서 한쪽 눈이 없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살 것이냐, 한쪽 눈이라도 무사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 것인가는 그 사람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내가 엄청나게 힘들 때는 나보다 더 안 좋은 사람들을 생각한다. 어제 친구와 대화하다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시리아 사람들은 얼마나 불안할까? 그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 천국처럼 보일 거야." 그 나라 사람들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거기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 그 누구도 그 나라의 상황을 해결할 의사도 없는 것 같다. 그 나라 국민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컵에 물이 반쯤 차 있어도 그 물이 많다, 적다고 판단할 수 없다. 어떤 것에 비교하느냐에 따라 물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우리 사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어디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내 삶이 더 가벼워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기준의 선택은 내가 내 의지로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세상에 좋고 나쁜 것은 없다.

얼마 전 데이트를 한 여성은 내가 아직 젊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불러낼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부러워했다. 무엇보다 내가 그 많은 실패에도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고 했다. 그래, 지금도 좋다. 일이야 뭐 아무거나 하면 되고. 무슨 일을 하든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는 아무리 나쁜 일(로 보이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에 따른 부정적 감정과 판단에 동조하지 않게 되었다. 불쑥불쑥 나에게 공황이나 우울이 찾아오더라도 심각한 상태까지는 가지 않았다.

내 환경이 나를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나쁜 환경에 있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만약 사무직이나 월급이 많은 곳에 취직을 하면 이 우울감은 없어질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라도 행복할 수 있다. 이 사실을 몰랐는데,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나는 주인 손에 목줄을 쥐여준 개가 아니다. 주체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나는 나의 많은 장점들을 전투적으로 찾아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지나서 기분이 확실히 좋아졌다. 문득 이런 내가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지독한 2018년의 여름도 끝났나보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잘 이겨냈다. /시민기자 황원식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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