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 이후 경남도정의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속도는 지나치게 더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례로 김경수 도지사가 공약으로 걸었던 노동이사제 도입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상황이 이러니 김 지사의 공약 실천 의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독일에서 세계 2차 대전 이후 도입된 기업경영 공동결정제도의 모태가 되는 제도다. 노사가 기업경영을 공동으로 결정하고 책임까지 같이 가지려면 경영진에 노동자 대표가 합법적으로 참여하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신에서 출발한 제도이다.

노사관계를 대립적이 아니라 합리적인 관계로 바꾸려면 노동자에게도 기업경영에 참여하고 의결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의견을 개진할 기회마저 주지 않으면서 노사관계를 화합과 상생의 동반자 관계로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기업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노동이사로 선임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게 노동이사제다. 하지만 아무리 제도가 지닌 정신이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개인 소유권이 유독 강조되는 우리 민간기업의 정서를 무시하고 제도 도입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서 노동이사제와 같은 제도는 민간부문이 아닌 정부 출자·출연 기관들인 공기업이나 공공기관들에서 우선 시행해 보면서 의미를 서서히 전파할 필요가 있다. 주식회사마저도 개인회사인 양 착각하면서 각종의 갑질을 일삼는 기업 풍토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남도 서울처럼 노동자 100인 이상이 고용된 기관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경남개발공사·테크노파크·마산의료원 등이 해당한다. 흔히 공공기관 경영혁신은 참신한 기관장만 임명되면 될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하향식 인사정책으론 공공기관의 운영과 실적을 개선하기는 불가능하다. 왜냐면, 선거의 논공행상식으로 취임한 기관장은 항상 해당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포위되어 결국엔 조직 논리의 대변자로 전락하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래의 뜻을 모아 위로 올리면서 조직운영의 혁신을 꾀하는 역의 방법도 필요하다. 노동이사제가 바로 그 방법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