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연속성·전문성 우려 많아
지역 요구에 맞는 조직개편 기대

민초들의 촛불로 국가권력 교체에 이어 지방선거에서 수구보수 정당들의 쇠퇴에 따른 지방권력 역시 지각변동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새로운 변화에 대한 희망을 논한 지 3개월이 되어간다.

그리고 거기에 호응하기 위해 선출된 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이 뭔가 새로운 것을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는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작게는 다름의 모습을 탈권위에서부터 보여주기 위해 옥탑방 체험, 대중교통 이용, 직원들과의 당구, 백팩을 직접 메고 출퇴근, 의례적인 업무보고 폐지 등 사뭇 신선한 감이 있어 흐뭇하였다.

크게는 개발사업 위주의 정책에서 사람 중심을 위한 각종 정책의 발표와 공약 등은 희망을 노래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그런데도 기다림과 희망보다는 우려와 회의적으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생겨나기 시작하기에 "기다려 달라!"는 얘기보다는 그 사람들의 우려를 반영하여 올려본다.

우선, 각종 공약과 정책이 이론 중심의 형식논리에 많이 치중되고 현장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실시설계와 집행을 위한 행정조직과의 소통 부족에서 출발하여, 현장과 행정의 괴리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중소 IT 기업 대표가 "우리 기업현장의 현실과 사업 내용을 이해할 만하면 직원들이 다 교체되어버린다"는 행정의 연속성과 전문성의 부족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중앙부처 공무원과 기업체 임직원은 자기 업무(부서)에 평생 근무형태이지만 지방은 1~2년 안에 인사순환 관행으로 계속 사람이 바뀌어 너무 짜증스럽다는 것이다. 즉, 행정체계와 시스템의 파격적인 변화가 없으면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것도 삶과 현장 중심의 행정이라는 것도 다 보여주기의 구호에 그치게 된다는 한숨 섞인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행정시스템에 대한 파격적이고도 혁명적인 변화의 고민이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제도는 일제와 군사독재 시대의 중앙권력 중심의 일사불란한 지시와 획일적인 관리와 통제를 중심에 둔 제도다. 행정에서 지도해야 하는 과도기적인 체제에서 행정 우선적인 제도로 부서의 역할과 명칭도 행정의 지도와 통제중심에 기반을 두고 만든 것이 많다.

따라서 민원이나 수요자 중심의 체계가 아니며, 시대의 변화에 대응이 늦다는 것이다.

또, 경남을 '조선산업의 메카', '기초 기계산업의 산실'이고, 대한민국산업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얘기를 강조하면서도 행정 조직개편을 할 때마다 아무런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현장업무 부서의 비중이 작게 취급되어 인사도 현장보다는 내부지원부서가 우대를 받는다는 것이다.

'개혁이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즉 기득권에 안주한 사람들의 자기 과거 부정과 논리의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암튼 지도자의 철학과 비전도 중요하지만, 행정조직이 기존 관행에 익숙하여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득권에 안주해버리면 좋은 계획도 문서 창고에 진열되는 도서에 불과하게 된다.

이병하.jpg

불필요한 권위를 없애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역민과 호흡하는 출퇴근 시간과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부서 하나만이라도 자체 신설할 수 있는 지역 행정조직의 획기적인 시스템 변화를 희망해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