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힌 지점 추정 굴착기로 파내
개발 중심 행정이 불러온 촌극
문화유산 콘텐츠화 정비 시급

사라졌던 '창원 소답동 마애석불좌상'을 찾았다. 석불상 매몰 사건에서 창원시 엇박자 행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 체육진흥과, 학예사, 공사 작업자 등은 5일 오전 9시부터 의창구 소답주민운동장 일대에서 석불상을 찾고자 현장 조사를 했다. 이들은 석불상을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굴착기를 동원해 팠다. 묻힌 곳을 확정할 수 없어 공무원들 표정은 어두웠다. 먼저 소답주민운동장 옆 등산로에서 시멘트로 덮지 않은 곳을 가로 10여m, 세로 5m, 깊이 1m가량 팠지만 불상은 없었다.

오전 10시 50분께 '드드득' 소리와 함께 큰 돌덩이가 발견됐다. 석불상이었다. 석불상은 1시간 뒤 완전히 꺼내졌다. 한 공무원은 "다른 경우의 수가 사라져 다행이다"라며 안도했다. 창원시는 끝내 석불상을 찾지 못하면 내부적으로 감사를 의뢰하고, 이어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었다.

사라졌던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 마애석불좌상이 돌아왔다. 5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소답주민운동장 임도 아래에서 운동장 공사 중 사라졌던 마애석불좌상이 발견되어 관계자들이 끌어올리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개발-보존 엇박자 행정 드러나 = 석불상을 꺼내는 작업 중 오간 말 속에 창원시 엇박자 행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학예사는 "보통 '동티난다'며 묻거나 하지 않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작업자는 "묻을 당시에 그대로 진행하면 되는 줄만 알았다. 묻기 전에 문화재 관련부서에 물어볼 걸 그랬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화유산육성과 공무원은 "그럼에도 묻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지난 2011년 11월 창원시에 소유자와 협의해 석불상 보존대책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소답주민운동장 조성사업을 했던 담당부서는 소유자를 찾는 게 우선이라 여기고 문화재 담당부서에는 의견을 묻지 않았다. 그동안 개발 중심 행정을 펼쳤던 창원시가 문화재 행정에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원시가 창원읍성 동문지 복원사업지 바로 옆에 연립주택 건축허가를 내준 것도 한 사례다. 당시 연립주택 공사로 성벽 일부가 훼손되기도 했다. 학예사는 "김해시 등은 개발행위를 할 때 반드시 문화재 담당부서에 지표조사 필요 여부를 먼저 묻는데, 창원시는 그렇지 않다. 문화재가 나오는 것이 개발을 막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불상 옮겼다는 '이 도사' 누구 = 석불상을 소답초등학교 뒤편 등산로 자락에 옮긴 이는 '이 도사'로 추정되고 있다. 2009년 5월 블로거 강창원 씨가 작성한 글에 최근 댓글이 달렸다. 올 2월 붙은 댓글에는 "불상을 옮겨 만든 사람의 딸이다. 아버지는 '이상문'이고, 지금은 타계했다. 유명했던 창원의 '이 도사'이고, 천태종 진영지회를 설립한 분"이라고 돼 있다. 지난 4일 창원시 의창구 소답경로당을 찾아 '이 도사'에 대해 물으니 몇몇 노인은 '이상문'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 노인은 "아픈 사람들 뜸을 놔주기도 하고, 명당자리도 봐주고 했었다. 옹달샘을 약수터로 만드는 등 봉사를 많이 했었다. 수십 년 전 일이고, 이후 이사를 했다는데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석불상은 마산박물관에 임시로 보관된다. 연대 조사 등을 거쳐 조치 방안이 정해질 계획이다. 한 학예사는 "가부좌를 틀고 반가사유를 한 모습이 보기 드문 것으로 제작 연대가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도사'가 불상을 언제, 어떻게, 왜 옮겼는지 등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3일 창원시 '파워블로거 초청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간담회'에서 강창원 씨는 "전국 각 시·군이 없는 문화자산도 만들어 콘텐츠화하고자 눈에 불을 켜는데 창원시는 있는 것도 지키지 못해 이야기도 못 만들고, 관광상품으로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석불상 실종 사실을 <경남도민일보>에 제보한 백유선 서울 보성중학교 교감은 "찾았다니 정말 다행이다. 불상을 보러 꼭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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