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문화공간 '흑백'
근대건조물 정비공사
유 화백 딸 경아 씨
"비용 부족에 고심 중
유작 일부 판매 시작"

유택렬(1924~1999) 화백에 이어 문화공간 '흑백'(창원시 진해구)을 운영하는 유 화백의 둘째 딸이자 피아니스트 유경아 씨가 13년 전에 발간한 도록을 꺼내 펼쳤다.

2005년 12월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렸던 '샤머니즘적 조형언어'전. 유 화백을 조명하는 전시였다.

"아버지의 작품 색이 가장 잘 나온 도록입니다." 그녀가 오래된 도록을 집어든 이유는 '유택렬 미술관' 건립 때문이다.

구매할 수 있는 유택렬 작 '부적에서' 일부. 한지에 먹. /흑백

흑백은 한창 수선 중이다. 창원시가 지난 7월 '근대건조물 흑백다방 건축물 정비공사'를 시작했다. 시는 진해 역사테마거리를 조성하려고 지은 지 100년이 넘은 흑백의 전면을 보수하고 있다.

유 씨는 매월 열었던 연주회와 유택렬 화백의 기획전을 6월에 끝내고 1~3층 물건들을 모두 밖으로 꺼냈다.

그녀는 한 창고를 빌려 아버지의 작품을 보관하고 있다.

추상미술 1세대인 유택렬 화백 생전 모습. /흑백

"이르면 내년 초에 흑백이 다시 문을 엽니다. 1층은 원래처럼 찻집이 될 것이고 2층은 유택렬 미술관으로 바뀝니다. 문화공간으로 남길 바랐던 부모님의 바람처럼 흑백은 전시와 공연이 함께 있는 다목적 소극장이 될 거예요."

그녀는 흑백의 수선이 마무리되면 1층을 임대공간, 2층을 문화공간, 3층을 수장고로 쓸 계획이다.

그런데 수선 공사가 진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비용이다.

창원시가 일정 부분 부담하는 것 외에 유 씨가 책임져야 할 내부 공사 규모가 꽤 된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비용이 생겨났다. 결국 그녀는 아버지의 도록을 폈다.

"그림을 참 많이 그리셨죠. 흑백을 비우면서 작품들이 툭툭 튀어나왔어요. 아버지 작품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수묵담채, 드로잉, 판화가 몇백 점이 되어요."

유택렬 화백은 추상미술 1세대다. 1950년대 후반 실험적인 추상화를 그렸고 전통적인 토속신앙 세계를 재구성했다.

유택렬 작 '새'. 유화.

1990년대에는 한지에 먹 작업을 즐겨 했다. 또 새를 많이 그렸고 '돌멘' 시리즈, '부적' 시리즈가 손꼽힌다.

"유택렬 미술관이 소장할 작품 말고 다른 그림들이 새 주인을 만나길 바랍니다. 내보이지 못한 작품이 아주 많아요. 그만큼 빛을 보지 못한 그림들이죠. 이는 유택렬 미술관을 짓는 데 큰 역할을 할 거예요. 현재 상황에선 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회를 열 여유가 없어요. 또 작품을 꺼낼 수 없어 제가 도록을 가지고 여러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 구매할 수 있는 유택렬 작 '살경(煞景)-새'. 한지에 채색.

유 씨는 이른 시일 내에 판매할 수 있는 작품을 정리해 상업갤러리에 보내고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https://blog.naver.com/bechstein)를 활용해 문의를 받을 계획이다. 가격은 유화, 수묵담채, 드로잉 모두 다르다. 호당 30만~100만 원 선이다.

"아버지가 1955년에 흑백다방을 열고 예술인의 사랑방이 되길 원하셨죠. 그 간절함을 알기에 저도 흑백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습니다. 내년은 아버지의 20주기 추모가 열리는 해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작품 구매 관련 문의 010-9910-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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