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고 아닌데 태극마크…기적? 실력!
강준기·김경빈 국가대표 선발
학교 수업·훈련 병행하며 준비
목표는 출전 종목 결선 진출

"대회가 끝나더라도 사격을 향한 애정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갑작스러운 관심이 애꿎은 질타로 이어지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으니까요. 대회가 끝나고 나면 '비인기 종목' 서러움도 어느 정도 떨칠 수 있겠죠?"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두 고교 선수 바람은 소박했다.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김해 분성고 사격부 강준기(3학년), 김경빈(2학년)은 개인이 얻고픈 영광을 앞세우기보단 조직과 미래를 우선했다.

중학교 시절, 아는 형 권유 혹은 큰아버지 영향으로 처음 총을 잡은 그들은 어느새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강준기는 주니어부 10m 공기소총 혼성과 개인전 두 개 종목을, 김경빈은 타깃 스프린트 종목에 나선다.

김해 분성고 사격부 선수들이 김해사격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경빈, 최성원, 강준기. /박일호 기자 iris15@

강준기는 올해 전국회장기대회에서 3위, 봉황기 개인전에서 3위, 대통령경호처장기 3위를 하는 등 물오른 감각을 뽐내고 있다. 같은 나이대 공기소총 종목에서는 톱3 안에 드는 실력자다.

김경빈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바이애슬론사격장에서 진행된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선발전에서 3위를 기록하며 국가대표로 뽑혔다.

송채원 분성고 사격부 코치는 이들 선전·국가대표 선발을 '기적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인문고에 재학 중인 학생이 체육고 학생과 경쟁에서 이기는 일이 쉽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 여기에 공기소총 선수였던 김경빈은 송 코치 추천으로 불과 1년여 전 타깃 스프린트로 종목 변경을 했다. 이번 대회와 사격을 향한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둘은 학교 공부와 훈련을 병행하며 대회를 준비 중이다. 오후 3시 30분 수업을 마치고 나면 곧바로 김해시민체육공원 내 사격장으로 이동해 훈련을 하는 식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한 상체근력 강화와 지구력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난 여름방학 때는 '더위와 싸움'도 이어왔다. 그날 목표한 훈련량을 채우기조차 버거운 폭염에 자칫 무너질 만도 하건만 둘은 결코 '포기'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할 줄 아는 게 사격밖에 없어서'라고 또는 웃음으로 그 이유를 말하는 이들에게 사격은 친구이자 스승 같은 존재였다.

그렇다고 또 지나친 부담을 키우진 않는다. 송 코치가 앞장서 편한 마음을 강조하면 선수들은 이를 기대와 희망으로 바꿨다. 이 같은 마음가짐은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김경빈은 "물론 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당장은 그보다 팀에 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이라며 "형들만큼만 하자는 다짐을 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기 역시 "세계적인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선 자체가 굉장한 영광"이라며 "우선 결선 가는 걸 목표로 잡았다"고 밝혔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 이후 미래도 그리고 있다. 가깝게는 10월 경찰청장기와 전국체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여기에 실업팀 입단이 확정된 강준기는 기량 발전을, 김경빈은 팀 선배 발자취를 좇겠다는 포부도 키웠다. 송 코치는 두 선수의 노력이 팀 막내 최성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인문고 재학생이라는 한계를 딛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단 두 선수 활약과 새로운 도약은 5일 주니어부 10m 공기소총 혼성 경기와 7일 개인전, 12일 타깃 스프린트 개인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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