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만드는 사람들
서툰 한국어 농담에 관중 웃음 빵빵
경기 진행 넘어 관중과 호흡 "창원사격장 시설 세계 최고"

창원국제사격장 소총·권총 결선 경기장에 들어가면 서툰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가며 관중과 함께 호흡하려 애쓰는 아나운서가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블랙 포인트, 흠 코리언 검은줌…." 사격 경기 룰을 설명하는데 영어로 진행하지만 대부분 관중이 한국사람임을 고려해 약간의 웃음 코드까지 섞어가며 최대한 관중의 호응을 끌어내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설을 한다.

원래 결선 경기장 아나운서의 역할은 출전 선수 모두의 점수를 방송해 선수들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고 분발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뛰어넘어 관중과 호흡하는 샤크 시야(Shak Siyya·35) 씨는 파키스탄계 영국인이다. 부모가 파키스탄인이지만 그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샤크 씨는 국제사격연맹과 계약하고 활동하는 파트타임 아나운서 5명 중 1명이다. 이번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는 샤크 씨를 포함한 3명이 와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4년 반 정도를 올림픽과 패럴림픽, 월드컵, 커먼 웰스 게임(영연방 대회) 등의 진행을 맡았다.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아나운서 샤크 시야 씨가 이야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그는 자신의 일은 청중과 관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청중은 영어를 대부분 못알아 듣지만 그들과 함께 호흡하려고 일부러 짧은 한국어를 배워서 사용하기도 하고 같이 웃을 수 있게 농담도 던진다"는 것.

또한 선수들과 관계도 중요하다고 했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다양한 사격대회에 다니다 보니 출전 선수들과 많은 관계를 맺게 된다"며 "결선에서 선수들 이름을 부르는 것은 선수들에게도 기쁨이겠지만 나도 내 친구 이름을 부르는 것이어서 몹시 흥분된다"고 덧붙였다.

2015년 창원에서 열린 ISSF 월드컵 때도 창원을 방문해 이번이 두 번째라는 그는 창원에 대해 "작은 도시라서 걷기 좋은 곳"이라며 "한국인이 친절해서 좋고, 한국음식 특히 파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창원사격장에 대해서는 "시스템과 조직 시설 등 모든 게 세계 최고"라며 "여기 오기 전까지는 아제르바이잔 사격장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생각이 바뀌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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