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 번 수익 서울로 가져가는 대기업
지자체 금고까지 눈독 들이는 시중은행

어느 편의점에 들어갔다. 음료수를 꺼내 들고 계산대로 가니 머리 희끗희끗한 이가 바코드기를 들고 있다. 그러고 보니 불과 수개월 전 이곳은 슈퍼였다. 사장님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싶어 편의점으로 바꾼 것이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었다. 괜스레 동네 커피집을 찾고 싶었다. 발품을 팔았지만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유명 상표 커피전문점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프랜차이즈 천국이다. 자영업자들은 과거처럼 온전한 사장님이 아니다. 거대 기업 본사와 나눠 먹기를 해야 한다. 배달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절대다수가 배달 앱을 이용한다. 음식점은 배달 앱 회사 수수료 혹은 광고료를 지급해야 한다.

자영업자 처지뿐만 아니라 '지역 시선'으로 바라봐도 섬뜩하다. '빨대 꽂이'다. 거대 기업들이 전국 각 지역 동네 구석구석에 빨대를 꽂고 있다. 이들은 단물을 빨아들여 결국 자기들 있는 '서울'로 거둬들인다. 지역 돈이 서울로 몰리는 구조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기업 가운데는 경남지역에 본사를 둔 곳도 몇 있다. 전국을 권역으로 하는 한 금융기관은 이들 기업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하는데, 업무 분장은 서울 쪽 담당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생각과 달리 이 또한 깊게 들어가면 '서울 대 서울 거래' 구조인 셈이다.

또 누군가는 "한 자치단체에서 빠져나가는 국세가 그 지역 한 해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전하며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지역 금고 문제도 그렇다. 각 지자체는 대개 1·2금고를 지정해 예산·기금을 해당 은행에 맡겨두고 필요할 때 사용한다. 현재 농협은행·경남은행이 도내 시·군 금고를 도맡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특히 두 은행이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경제 선순환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경남지역 점포 수만 봐도 확연히 구분된다. 2017년 말 기준으로 경남은행 108개, 농협은행 100개이며, 국민은행 39개, 부산은행 24개, 우리·기업·신한은행 23개, 하나은행 16개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은행은 이제 지역 '곳간'에도 군침 흘리는 분위기다. 최근 국민은행이 양산 금고 유치전에 뛰어든 것이 신호탄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은 1·2금고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내년 경남도 금고 경쟁에 시중은행 참여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금융권 한 종사자는 "과거 농협은행·경남은행이 금고 유치로 엄청난 신경전을 펼쳤는데, 이제는 둘이 공동 전선을 형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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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 문제와 별개로, 경남도민일보는 평소 경남은행 관련 내용을 비중있게 다룬다. 독자들은 종종 "경남은행이 그 정도로 지역민 관심 대상인가"라며 의문 부호를 달기도 한다. 지역사회공헌이라든지 여러 역할은 제쳐두고, '빨대' 관점에서만 의미를 찾자면 이러할 것이다.

'시중은행은 지역 돈을 서울로 가져가지만, 지방은행은 부족한 돈을 서울에서 가져와 지역에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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