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보호 장구 착용을 의무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28일부터 시행함에 따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부터 반대가 많았음에도 기어이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정치권이 자전거 사고와 안전모 미착용의 상관관계에 유념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자전거 운전자 사고 피해자의 40% 가까이가 머리를 다친 것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외국 보험업계에서 나온 보고에도 헬멧 착용이 자전거 운전자 머리 사고의 50%를 줄이고, 얼굴·목 부상도 30% 이상 줄인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자전거 사고 피해 운전자들의 머리 부상은 자전거 운전자들이 자전거전용도로의 여건이 미흡하여 찻길로 진출한 후 차 사고를 당하는 데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근원적인 대책은 자전거도로를 확충하는 것이다. 안전모 착용이 법적으로 강제되려면 정부가 전국 모든 길에 자전거도로나 자전거가 지나는 길을 만들고 나서 자전거 운전자들이 차도로 운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지엽적인 대책으로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 더욱이 안전모를 쓰지 않는다고 해도 처벌 규정이 없으니 법을 만든 정치권 스스로 법의 실행 의지가 없었던 셈이다.

개정 도로교통법의 가장 큰 문제는 입법이 추진되던 때부터 많은 반발이 있었음에도 정치권이 강행한 데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개정 도로교통법을 반대하는 의견들이 다수 개진되었다. 외국에서도 자전거 탑승 시 보호구 착용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자전거도로를 확충하고 당장은 자전거 운전자에게 사고를 입히는 차량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규정이 만들어진다면 자전거 운전자들의 치명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안전모 착용 의무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바는 안전모 착용이 쟁점이 되면 안전모 미착용 자전거 이용자의 사고에 대해 보상이 낮게 주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전거 도시를 의욕적으로 추진한 창원시도 자전거 이용자들이 줄어들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행령을 통해 보완 규정이 만들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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