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평정 비율 높이는 개선 논의
경쟁보다 반목·질시 조장할 수도

최근 경남교육청은 사무관 승진제도 개선을 위한 TF팀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현재의 제도가 역량평가 준비에 과도한 노력과 비용이 소모되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만약 개선한다는 것이 잘못되어 결과적으로 개악이 되어버린다면 그것은 대단히 슬픈 일이다.

요즘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기존의 역량평가 비중을 축소하고 근무평정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근무평정이란 공무원의 평소 근무실적과 능력을 점수화하여 서열을 정하는 것이므로 논리적으로 따지면 근평 비중의 상향조정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근무평정의 실제는 아무리 공정하게 하려고 해도 관계 공무원들의 정실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지난날 시험제도로 운영되던 사무관승진제도가 한때 근평만으로 결정하는 심사제도로 바뀌었다가 다시 시험제도로 환원되었던 이유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당시 사무관승진과 관련한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이 구속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현재 경남교육청의 사무관승진 역량평가 제도는 근평 40%, 역량평가 60%로서 지금도 근평 비중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여기서 근평 비중을 더 높인다면 결국 근평 순위에 따라 합격자가 결정되는 결과가 되어 역량평가제도는 유명무실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근평이 사무관승진의 절대 요소가 되면 대상자들은 근평 순위를 한 단계라도 더 올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연구하게 될 것이다.

즉, 실력향상을 위한 선의의 경쟁은 동료에 대한 반목과 질시로 바뀌어 대상자들은 오히려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인사권자 또한 대상자들의 온갖 연줄을 동원한 청탁과 억측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경남교육발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중견 공무원들의 창의력이 엉뚱한 방향으로 발휘되고 이를 막기 위해 조직의 에너지가 낭비된다면 경남교육청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의 분출로 인하여 다소 혼란스럽게 보일 수 있다. 정치적 암흑기인 유신독재 시대를 경험했던 사람 중 일부는 겉으로 조용하고 일사불란했던 그 시절이 혼란한 지금보다 더 좋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현행 사무관 역량평가제도가 대상자들에게 부담을 많이 준다고 하여 사실상 과거의 심사승진제도로 돌아가는 것은 민주화에 대한 반동으로 유신시대로 회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인사는 공정해야 한다. 만약 TF팀의 결과가 공정하지 못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지방공무원들의 권익을 위한 노조 대표로서뿐만 아니라 경남교육을 사랑하는 공무원 개인의 양심상으로도 이를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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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내가 들은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TF팀 결과물에 대한 경남교육청의 좀 더 세심한 검토와 현명한 결정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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