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외버스터미널 하차장 잇단 사망사고
하차 공간엔 주차선 6개만
혼잡한 출퇴근 땐 더 위험
이전 논의도…성사 미지수

'이전' 요구가 끊이지 않는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3일 오전 10시 15분께 진주시 장대동 진주시외버스터미널 하차장에서 마산에서 진주로 운행하던 D여객 소속 시외버스가 터미널 방향으로 걸어가던 ㄱ(78·함양군) 씨를 치었다. 이 사고로 ㄱ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숨졌다.

"승객을 내리고자 진주시외버스터미널 하차장으로 들어오다 이곳을 걸어가던 ㄱ 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는 버스 운전사의 진술에 따라 경찰은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 하차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승객들이 하차장을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앞서 5월 26일에도 터미널 하차장으로 진입하던 시외버스가 보행자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보행자 ㄴ(81) 씨가 숨졌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 하차장은 하차하는 승객과 보행자·버스가 뒤섞이는 복잡한 구조로 위험을 안고 있다.

하차 공간은 6개 주차선을 그어놓은 게 전부다. 대부분 시외버스터미널이 하차하면 곧바로 대합실(터미널)로 들어가는 구조와는 딴판이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이 대합실로 들어가려면 하차 중인 다른 버스, 진입하는 버스를 피해 아슬아슬하게 총총걸음으로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동작이 느린 노인들은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실제로 이곳에서 3개월 사이에 두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또 출퇴근 시간대 시외버스가 한꺼번에 몰리면 도로 위에 승객을 내리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부 버스는 하차장 쪽으로 나오는 일도 있어 사고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미진하다. 사고 뒷날 현장에는 '감독'이라는 모자를 쓴 직원 몇 명이 통제를 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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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왔다는 한 승객은 "버스에서 내리면 곧바로 대합실로 들어가는 구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엔 황당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들어오는 버스를 피하려 바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출근길이라는 한 보행자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차량이 엉켜 건널목 위에 정차 중인 경우가 많아 보행자 신호가 들어왔는데도 차량 때문에 건너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진주시와 진주경찰서는 4일 진주시외버스터미널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은 1974년 11월 현재 6700㎡ 터에 들어섰다. 30년이 넘어서면서 시설 노후화와 도심 차량 정체 유발 등 이유로 그간 여러 차례 이전 논의가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시는 개양오거리 인근 가호동에 7만여 ㎡를 복합터미널 터로 지정하고 2020년까지 시외버스와 고속버스터미널을 함께 옮길 예정이다.

하지만 조규일 진주시장이 기존 시외버스터미널을 존치하겠다고 밝혔고, 인근 상인들도 반발하고 있어 이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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