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2018 대한민국 독서대전
전국서 다섯 번째 개최 성공적
낭독·필사·소설가 만남 풍성
지역출판·작가 '소외'아쉬워

지난 주말 김해시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책의 도시'라 할 만했다. 70곳이 넘는 국내 유명 출판사들이 국립김해박물관 앞 가야의 거리에 부스를 차리고 고객을 맞았다. 김해문화의전당, 김해도서관 등 주변 공공건물마다 출판·독서와 관련한 행사가 이어졌다. 김해시는 지난 3월 '2018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 도시로 선정됐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김해에서 '2018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열렸다. 2014년 군포에서 시작해 인천, 강릉, 전주에 이어 올해가 다섯 번째다.

◇이것저것 체험할 게 많네! = "사내는 이를 악물고 있는 듯 여겨졌다. 어쩌면 그는 오래전부터 이를 악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뒤로 왼쪽으로 움켜잡고 있는 손아귀에 힘이 빠져버리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

1일 오전 11시 김해도서관 3층 시청각실. 무대 위에는 김해 경원고 학생 셋이 나란히 앉았다. 팀 이름이 '고독할 땐 책을 낭독 그렇게 책에 중독'이라고 했다. 잔뜩 긴장한 모양새로 양귀자의 연작소설집 <원미동 사람들> 중 자신이 맡은 부분을 차근차근 읽어 나가고 있었다.

전국 문학작품 낭독공연대회 '품' 결선이 열린 자리다. 초등, 청소년, 일반 각 3개 팀씩 9개 팀이 공연에 나섰다. 부문별로 최우수 1팀, 우수상 2팀, 장려상 3팀을 뽑는 것이니 결선에 참여한 이들은 어쨌거나 수상을 하게 돼 있었다.

전국 문학작품 낭독공연대회 결선에 참가한 김해 경원고 학생들. /이서후 기자

가만히 지켜보자니 이 낭독공연이란 게 제법 매력적이었다. 단순히 책을 소리 내 읽는 게 아니라 연기도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나름의 연기 능력도 갖춰야 한다. 이날 축하공연으로 나온 뮤지컬 창작소 '불과 얼음'의 공연이야말로 낭독공연의 정수를 보여줬다. 우리나라 최고 창작 뮤지컬 산실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필사하러 오셨어요? 여기 책자 들고 아무 데나 앉아서 쓰시면 돼요."

김해문화의 전당 애두름 광장. 한 편에 마련된 '손으로 책 읽기 - 필사하기' 부스에는 제법 많은 시민이 앉아 있었다. 주로 가족 단위로 온 이들이 많았다. 필사용으로 나눠주는 책자가 어른용, 아이용으로 구분돼 있어 부모와 아이 모두 쓰기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독서대전 '손으로 책 읽기 - 필사하기' 부스에 참가한 시민들. /이서후 기자

필사 부스 주변으로는 북플리마켓, 이동책방 등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즐길만한 게 많았다. 그 옆 김해시 동네책방 연합 부스도 이에 발맞춰 아이들이 볼만한 책을 중심으로 판매대를 구성했다. 나란히 붙은 '100권의 책, 100개의 수다' 전시부스는 책이 천장에 주렁주렁 달린 모양으로 눈길을 끌었다.

'100권의 책, 100개의 수다' 부스. /이서후 기자

◇유명 출판사, 작가를 한꺼번에 만나다 = 애두름 광장에서 연지교를 건너면 바로 국립김해박물관 앞 가야의 거리다. 이곳에서는 출판사 북페어가 열렸다. 창비, 한길사, 보리, 사계절 등 익히 알 만한 출판사 50곳이 저마다 부스를 마련하고 거리를 가득 채웠다. 이 북페어 거리야말로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을 것이다.

출판 관련 다양한 부대행사도 가야의 거리 주변 공공건물에서 진행됐다. 김해박물관에서 열린 공공도서관 경남지역협의회 세미나, 김해 수릉원에서 열린 책 읽는 가족 한마당 축제, 우암초 체육관에서 열린 작은도서관 심포지엄이 대표적이다.

국립김해박물관 앞 가야의 거리에서 열린 북페어. /이서후 기자

무엇보다 독서대전의 백미는 유명 작가와 만남이겠다. 이번 행사에서는 박완서, 김연수, 은희경, 정이현, 방현석, 이병률, 손철주, 구경선 등 쟁쟁한 작가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었다.

예컨대 김선우, 손아람, 권비영 작가와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눈 '작가랑 영화방'이나 최근 유명해진 김해 봉황동에서 진행된 '작가와 한 끼 식사 & 티 타임'은 작가는 물론 독자들에게도 독특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행사 중에 지역 출판사나 작가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북페어가 열린 가야의 거리를 다 걸어봐도 지역 출판사 부스를 한곳도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어쩌다 1인 출판' 특별부스에 참가한 출판사 10곳 중에 진주 펄북스가 들어가 있는 것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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