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판단 오류 따른 혈세 손실 많아
애버딘대 유치·마산해양신도시 등

우여곡절 끝에 영국 애버딘대 하동캠퍼스 설립이 무산됐다. 지금까지 개교를 위해 지원한 금액 91억 원 또한 날려버릴 위기에 놓였다.

하나 이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이 사업의 모체였던 갈사만 조선산단 조성에 수천억 원 사업비가 들어갔고, 투자한 업체들이 제기한 분양대금 반환 소송에 지면서 혈세로 그 돈을 물어주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후임으로 재선한 윤상기 군수가 정부와 경남도 등 상급기관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민관협의체와 군 자체 실무 추진팀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리더의 잘못된 판단이 빚은 '사태'는 한둘이 아니다.

총공사비 3403억 원이 들어간 마산해양신도시 또한 창원시 14년 숙원으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국가적으로는 4대강 건설사업이 대표적이다. 최소 22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지만 이득은커녕 녹조 문제로 국민에게 피해를 안기고 있다.

그러나 사업을 결정하고 밀어붙인 사람 중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선거가 4년마다 치러지고 대형 개발사업 공약은 매번 생산된다.

지난주 도청에서 열린 첫 '시장·군수 정책회의'에서 시장, 군수들은 자신의 지역 현안 해결 요구와 사업 건의를 쏟아내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긍정적인 태도지만 맹목적인 판단과 추진력이라면 독이 될 수도 있다. 섣불리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전철를 밟지 말자'는 측면에서 신중하고 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창원시의 공론화위원회가 시선을 끈다. 일부에서는 공약 폐기를 위한 수순이거나 책임을 떠넘기려는 방편, 또는 의회를 무시한 처사라는 부정적인 말도 나온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맹목적인 독선으로 생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쁜 제도가 아니다. 진심으로 독자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고 그 결정을 따르겠다는 생각이라면 효율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지만 최근 부동산 상황을 고려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보류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역시 사전에 꼼꼼하게 따지고 파급효과까지 내다보지 못한 미흡함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고 곧장 바로잡는 모습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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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자치단체장 대부분이 선거 기간 또 취임 이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의욕 넘치고 열정적인 모습 보기 좋다.

그러나 잠시 숨을 고르며 자신의 공약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관성에 휩쓸려 되돌릴 기회조차 놓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 적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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