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18년이다. 경남도교육청 담당하면서 학생을 만나고, 학교 취재를 가면 간혹 정말 다른 세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달 30일 창원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제1기 창원 나눔누리 청소년 해외봉사단 평가발표회'에서도 격세지감을 느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국제봉사단은 생소한 단어였다. 한국청소년연맹 같은 전국 학생모임에서나 가능한 일이었고, 있었다 해도 참여는 '성적' 순, '선생님 맘대로' 순이었다. 으레 학교 밖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공부 잘하는 학생을 선생님이 추천하고 통보하는 식이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어디로 가는지 알 수도 없었고, 학교에서 성과라고 알려주면 그제야 '아, 그런 게 있었구나' 싶었으니 말이다. 학교생활의 주체는 선생님이었다.

창원 나눔누리봉사단은 선발 기준에서 학업 성적을 없앴다. 자기소개, 봉사활동 참여 계획, 출석과 결석(성실도), 재능·특기를 보여주면 됐다. 그러고 보니 학생 회장·학급 봉사위원도 성적 커트라인이 없어졌다. 끼 많은 학생이 스스럼없이 출마했고, 공약도 달라져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주말 친구가 부르면 언제든 놀아주겠다"는 여학생이 압도적인 표를 얻어 봉사위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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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평가발표회에서도 참여 학생이 모두 발표를 하는 것도 새삼스러웠다. 늘 대표 학생이 있었던 내 학창 시절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학생 소감문은 선생님 책상에 쌓여 있다 폐기됐다. 우간다 초등학교라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활동을 펼쳐도 학생들 생각은 가지각색이었다. 할 말 많은 학생의 다른 생각이 당연함이 되는 교육 현장이 확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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