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중인 성동조선해양 노사가 정리해고를 통한 구조조정 대신 상생의 길을 선택했다. 전가의 보도처럼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러져 온 구조조정의 칼날을 멈추고 기업 회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조선업 불황 이후 조선업계는 수년 동안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규모 인력 감축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그 방법은 우선 당장 조선 기업들의 명맥을 이어가게는 했지만, 경영정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숙련된 노동제공이 필수적인 조선업에서는 인위적이고 무분별한 감원은 현재 가치는 물론이고 미래 가치까지 없게 하는 것이었다. STX조선해양에 이어 성동조선해양이 노사 간 상생을 선택한 것은 그런 면에서 획기적인 대전환을 한 것으로 평가되어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성동조선해양의 노사 상생협약은 STX조선해양의 상생협약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후퇴한 것이다. 2년 4개월 무급 휴직은 감내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노동자들에게 격려와 대책이 있어야 한다. 정부와 경남도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당장 생계대책이 절실하다. 또, 중견 조선소들이 회생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완과 정상화 이후 경쟁력 확보 방안이 없으면 이번 협약은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상생협약에 대해 일자리 창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정부의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정부가 무능력하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성동조선해양 노동자들의 큰 결단처럼 획기적인 정책전환과 조선업 회생을 위한 과감한 전략을 짜고 지원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수출보증 문제는 여전히 성동조선해양의 목줄을 죄고 있다. 상생은 감정이입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조선업계 전체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대전환을 끌어내지 않으면 공수표에 그칠 것이다. 조선업은 한때 한국 수출의 자부심이었고 경남 경제에서 포기할 수 없는 기간 산업이다. 이만한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엄청난 노력도 있었다. 이 기회를 적절히 쓰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한 대책 없는 구조조정을 포기하고 특단의 조선업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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