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정책 나오려면 5년 이상 걸려
기업·노사 간 신뢰 도정에서 구축해야

우리들의 행동, 사고방식, 감정과 태도는 과거의 경험과 미래의 전망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사람 간의 관계인 신뢰도 오랜 시간 숙성을 통해 형성되지만, 제도에 대한 신뢰 역시 시간의 경험에 의해 쌓이고 숙성된다. 특히 불통과 단절, 특권과 배제의 제도적 관행에서 소통과 참여, 공정과 포용의 제도로 나아갈 때는 새로운 관행을 숙성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책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에 대한 타당성 용역을 거치고, 기본계획 수립, 실시설계, 착공하기까지 짧아도 5년 이상이 걸린다. 따라서 대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어디서인가 5년 이상 전에 아이디어를 낸 정책이다. 도지사의 임기는 4년, 공무원 조직은 순환보직에 의해 2년 정도 이내에서 보직이 바뀐다. 대부분 정책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과 사업을 수행하는사람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만일 공무원 개개인을 고과평정할 때, 현재의 사업실적만을 평가한다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낼 리 없고, 그러면, 그 조직은 실적을 낼 수 없다. 과거에 사업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타당성 용역을 맡은 것이 적고, 기본계획을 수립한 것이 적으면 미래에도 사업을 수행할 가능성이 적은 것이다.

사업이 수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성과가 곧바로 도민들에게 체감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 순환과정에서도 도내 경제 생산이 늘더라도, 곧바로 고용이 늘지는 않는다. 이는 단지 생산성 향상이 기계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만이 아니라, 공장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고용률이 늘어나고, 민생경제가 살아나기까지는 대개 2년 이상의 시간적 지체가 발생한다.

경남의 잠재경제성장률은 3% 내외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미 1% 미만을 기록한 지 오래되었다. 이 경우, 실제로는 매년 1만 명 이상의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물론 당장 줄지는 않는다. 경기상황과 고용감소, 체감경기의 악화는 차례로 시간 간격을 두고 일어나기에 그렇다.

현재의 고용악화는 수년 전의 경제 악화에서 비롯되었다. 이제 고용감소가 시작되었고, 체감되고 있다.

앞으로 우선 잠재성장률 정도의 경제성장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두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재정확대와 투자유입을 통해 해결하여야 한다. 단기적인 목표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은 물론, 제품이나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매출과 생산이 늘고, 이어서 고용과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더구나 미래성장동력은 기업의 디지털화를 노사정이 힘을 협력하여 가치사슬별로 플랫폼 경제로 전환하는 일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노동의 유연화와 숙련향상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면서 기업과 기업 간, 기업과 노동자 간, 금융기관 등의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다. 기업, 노동자, 금융기관 간의 협력 네트워크의 형성은, 실은 신뢰 형성프로세스의 일환이다. 이러한 협력과 신뢰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현재 상황에서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다.

기업 간, 노사 간, 정책에 대한 신뢰는 어디에서 시작할 수 있을까? 도정에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도정은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신뢰를 살려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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