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일본에서 시작된 유품정리 사업이 2008년을 전후해 국내에서도 성업 중이란 기사를 가끔 본다. 일본의 경우 유품정리협회에 등록된 업체가 8000곳이 넘고 시장규모는 5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뚜렷한 통계는 없으나 저출산과 고령화, 1인 가족 급증 등으로 매년 업체 수가 두세 배씩 늘어난다고 한다. 또한, 2005년부터는 미국에서 사망자의 온라인 유산을 정리해주는 디지털장의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디지털장의사는 망자가 생전에 사용했던 SNS계정 및 사진, 게시 글, 카드번호,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등을 삭제하는 일을 하였다. 그러던 것이 2008년 전후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연예인 등 유명인들을 향한 비방 글이나 악의적 댓글들을 찾아서 지우다가 차츰 발전하여, 의뢰자의 과거가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거나 세상이 바뀜에 따라 현재에 이르러 논란이 될 만한 과거의 모든 기록을 삭제해주는 디지털장의사로 발전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향후 5년 내 급성장할 유망 직종의 하나로 디지털장의사를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유품정리 사업과 디지털 장례사업이 나날이 발전할 수 있는 여러 동력 중 하나는 인간의 욕심과 본능일 것이다. 그 어떤 절대 권력자나 강자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 야인이 된다거나,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무분별했던 자신의 과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고의 자리에 머물면서 최선이라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던 언행의 잔재들이 어느 순간 자신을 노리는 부메랑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깨끗한 화장실 문화를 위한 표어이지만 우리네 삶 전반에 걸쳐 적용해도 아무런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종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절대 권력자도, 최고의 부를 가진 자도, 최고의 학식과 덕망을 가진 자도, 희대의 흉악범도, 필부필부도 잠시 현세에 머물다 떠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머물던 인생은 유품정리사나 디지털장례사가 필요 없도록 아름답게 머물러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말을 다르게 본다면 그 사람이 '머문 자리'를 보면 아름다운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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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욕심, 어리석음 때문에 자기가 머무는 지금의 이 자리를 어지럽히지 않는지 살펴보며 다른 사람의 허물을 보려하지 말고 내 허물을 먼저 찾으면서 반면교사·타산지석의 진정한 뜻을 깊이 새기며 내가 머무르는 시공을 아름답게 만들어 간다면, 유품정리 사업자나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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