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부족·자전거 이용률 하락 등 반대 여론 속
창원시 안전모 2000개 발주·분실방지책 마련 '분주'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와 관련해 '졸속입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창원시에서는 시행일에 맞춰 안전모 확보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28일부터 자전거 운전자·동승자가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한 도로교통법을 시행한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자전거의 운전자는 자전거도로 및 도로법에 따른 도로를 운전할 때에는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인명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하며, 동승자에게도 이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착용자에 대해 단속·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처벌 근거는 없는 것이다.

정부가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자전거 사고 중 안전모를 쓰지 않아 생긴 사망자가 많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사망자 941명 중 109명만이 안전모를 착용했다. 보건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이 2012∼2016년 응급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안전모 착용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자전거 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연평균 3만 1940명이었는데, 이 중 38.4%가 머리를 다친 것으로 나왔다.

정부가 28일부터 자전거 운전자·동승자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한 도로교통법을 시행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대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경남사랑 자전거대회 참가자들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그러나 안전모 의무화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안전모 착용 의무화가 자전거 대중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모 의무화를 최초로 도입한 호주에선 법 적용 이후 자전거 이용자가 37%나 감소했으며, 독일·덴마크·네덜란드 등 자전거 인프라 구축과 이용이 활성화돼 있는 유럽에서도 이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안전모 착용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졸속입법' 사례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처벌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웃긴 이야기"라며 "사고가 났을 경우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실 비율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모 의무화보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사무총장은 "캠페인이나 교육을 통해 안전모 착용을 권장할 수 있다.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지 국가가 강제할 사항은 아니다"며 "창원지역에서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많다. 도로를 개선하는 등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반대 목소리가 올라 있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부터 위생 문제·공공자전거 활성화 저해 등 3일 현재 청원 30여 건이 게시돼 있다.

공영자전거를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법을 지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용 안전모를 비치하더라도 분실 우려도 있다.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서울시는 지난 7월 안전모를 시범 비치했는데, 절반 가까이 분실됐다.

'자전거도시'를 표방하는 창원시는 안전모 2000개를 발주했다.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창원시는 2008년 10월 공공자전거 '누비자'를 도입했다. 터미널 275개소에 공영자전거 4184대가 비치돼 있으며, 올 상반기 이용 횟수는 225만 8672회(일평균 1만 2479회)인 것으로 집계됐다.

창원시 관계자는 "안전모 2000개를 발주했으며, 누비자 바구니에 넣어둘 예정이다. 추가경정 예산이 확보되면 나머지도 발주할 것"이라며 "자전거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결박하는 등 조치를 취할 것이다. 시행일에 맞춰 따를 수밖에 없으며, 문제점이 발견되면 계속해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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