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청소년을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청소년수련시설은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문화·여가활동의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며 자율적인 참여 활동을 유도하는 곳이다. 창원시에는 봉림청소년문화의집, 마산청소년문화의집, 진해청소년전당 등이 대표적인 청소년수련시설로 손꼽힌다. 청소년지도사는 이러한 시설에서 청소년에게 필요한 프로그램 및 활동을 기획하고 지도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제2의 선생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진해청소년전당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문경민(43) 씨는 15년째 청소년지도사 생활을 하고 있다. 문 씨와 청소년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청소년지도사

인터뷰를 위해 진해청소년전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중 나와 있던 문 씨는 나를 사무실로 안내했다. 우선 인적 사항에 대해 물어봤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대학을 가서 취업을 하고 결혼한 후에 아이를 낳아서 사는 게 행복이라고 배웠죠. 사실상 꿈이라는 게 없었어요. 당시에는 청소년들이 공부 이외의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을 굉장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봤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주말에는 도서관 가는 게 전부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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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민 진해청소년전당 부장. / 박성훈 기자

무난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문 씨는 창원대학교 공대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운명같이 청소년지도사란 직업을 만나게 된다.

"적성보다는 성적에 맞춰서 갔습니다. 학과 생활보다는 대외활동을 많이 했죠. 시간이 흘러 졸업할 때가 왔고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어요. 우연히 한 선배를 알게 됐는데 청소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선배와 이야기하면 할수록 그 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졌어요. 알아보니까 '청소년지도사'라는 자격증이 있더라고요. 공부를 위해 대학원까지 진학했고 청소년지도사 자격증 1급을 취득했습니다. 때마침 한가람청소년문화재단에서 채용공고가 떴어요. 면접을 본 후 합격해 지금까지 청소년지도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진해청소년전당

한가람청소년문화재단은 각종 청소년 시설을 지자체로부터 위·수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문 씨는 창원시 봉곡동에 위치한 봉림청소년문화의집에서 10년 동안 근무했다. 그리고 2013년 진해청소년전당이 설립되면서 자리를 옮겨갔다. 진해청소년전당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진해청소년전당은 지역 청소년들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고 지역주민의 문화적 욕구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창원시가 건립하고 한가람청소년문화재단에서 수탁·운영하고 있는 청소년수련시설입니다. 진로·봉사·예체능 등 청소년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기획·지도하고 있습니다."

문 씨는 잠시 숨을 고른 후 진해청소년전당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여러 활동 중에서 대표적인 네 가지를 말씀드릴게요. 우선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직접 탐험활동을 하는 것인데요. 직접 텐트를 치고 산을 종주하고 동굴 탐사를 하기도 하죠. 다음으로 '청소년수련활동인증제'라는 재능기부 형식의 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들이 손글씨(POP)를 배워 100여 개의 가격표를 제작해 진해중앙시장 상인들에게 나눠드리기도 했습니다. '청소년벽화봉사단'은 낙후된 장소나 관리가 안 되는 개인 주택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는 활동입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의열단'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진해에 숨겨진 역사 이야기를 알아보고, 우리 지역에도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음을 홍보하는 활동입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끼와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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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민 진해청소년전당 부장, 운영위원회 소속 청소년들. / 진해청소년전당

이어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진해청소년전당만의 특별한 공간 두 곳도 소개했다.

"바로 요리실습실과 카페테리아입니다. 요리실습실에서는 요리동아리에 소속된 청소년들이 요리, 제빵 등을 공부합니다. 만든 음식은 근처 요양병원에 있는 어르신들에게 드리기도 하죠. 카페테리아는 커피 쪽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와서 공부하는 곳입니다. 카페에서 사용되는 커피 머신도 있어 바리스타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문 씨는 청소년지도사로 15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힘든 적이 얼마나 많았을까? 이 질문에 문 씨는 40살이 되던 때 큰 위기가 찾아왔다고 했다.

"제가 40살이 됐을 때가 이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던 때였습니다. 매너리즘이라고 하죠. 처음에는 청소년의 행복과 꿈을 찾아주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도 그때의 열정이 남아 있는가 생각하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고민의 답은 '내가 먼저 바뀌어보자'였습니다. 총 3가지를 실행하기로 했어요. 첫 번째는 한 분야의 일만 하다 보니까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소식이 뜸했던 지인들에게 연락했습니다. 그리고 유니세프, 국경 없는 의사회 등에 후원 신청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장기기증도 신청했습니다. 장기기증 신청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깜짝 놀랐어요. 보통은 눈, 주요 장기 등만 기증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피부, 힘줄, 늑막 등 정말 많은 것들을 기증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차량과 수첩에 장기기증 대상자임을 알릴 수 있는 걸 구비해 다닙니다. 이 세 가지를 실천하고 나서는 더 힘을 얻게 됐어요."

반대로 가장 행복했을 때는 언제였는지 물어봤다.

"함께했던 청소년들이 졸업 후에 선생님이 돼서 제자를 양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친구들이 어엿한 선생님이 된 모습을 보니 참 느낌이 묘하더라고요. 또 여러 분야에서 본인이 원하는 길로 가고 있는 청소년들을 볼 때면 보람차죠. '내가 이 길을 잘 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규제보단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 키워야

SNS 및 1인 미디어의 발달로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콘텐츠가 생산되고 유통된다. 이젠 일반인들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스타가 되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업 1순위가 BJ(인터넷 방송진행자)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유해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청소년지도사로서 이에 대한 견해를 물어봤다.

"청소년들이 이동할 때나 시간이 비었을 때 가장 쉽게 접하는 게 스마트폰입니다. 자연스럽게 아프리카TV나 크리에이터 방송을 많이 보더라고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다 존재한다고 봐요. 과거에는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을 특별하다고 생각했잖아요. 이제는 누구나 방송을 하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명해지기까지 하는 시대가 왔죠. 이는 '나도 할 수 있다'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물론 선정·폭력적인 콘텐츠를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는 부분도 있죠. 그러나 이런 부분들은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 사이에도 그들만의 룰이 있어요. 유행하는 방송을 보고 콘텐츠를 따라 하고 그 속에서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한 단계 성장하는 거죠. 무조건적인 제재와 규제는 옳지 않아요. 어떤 부분이 나쁜지 청소년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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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봉사단 모습. / 진해청소년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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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봉사단 모습. / 진해청소년전당

진심으로 청소년을 생각하는 마음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관악산 집단폭행' 등 최근 잔인하고 심각한 수준의 청소년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지도사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 길을 먼저 걸어온 선배로서 준비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보통 청소년지도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지도하고 청소년들이 바르게 자라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모습만 상상하는 게 대부분인데요. 막상 현장에 오면 그런 이상은 산산조각이 납니다. 행정적인 일부터, 청소년에게 문제가 생겼는데 자신이 해결할 수 없을 때 오는 자괴감까지. 이런 복합적인 것들이 항상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1순위로 둬야 할 것은 '진정으로 청소년을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없으면 현장에서 버티기가 힘들어요. 이 점을 꼭 유념하시고 그래도 도전한다면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문 씨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고 했다. 다만 더 많은 청소년들이 진해청소년전당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와 교육기관이 나서 주길 바란다고 했다.

"목표라기보다는 청소년들이 더 안전하고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시설들이 지역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시설이 없는 곳도 많아요. 그곳에 거주하는 청소년은 혜택을 하나도 못 받고 자라는 거죠. 이건 현장에 있는 청소년지도사만의 노력으로는 안 돼요. 지자체나 교육청 관계자들도 깊게 고민을 해야 합니다. 결국 이 청소년들이 자라서 지역사회의 일원이 될 텐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모두가 함께 고민한다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문 씨는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 제2의 선생님으로서 활동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소년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청소년들이 저한테 다들 '처음에는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어요'라고 말해요. 청소년지도사지만 모든 청소년들과 처음부터 친하게 지낼 수는 없거든요. 제가 겉모습은 차갑게 보이지만 속은 따뜻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알고 보면 따뜻한 남자'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사실 제일 좋은 건 표현을 안 해도 알아주는 건데 그건 불가능이잖아요. 앞으로는 더 밝고 다정하게 다가가는 지도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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