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폭행사건과 관련해 비난을 사는 와중에 이번에는 형사처벌을 완화할 작정으로 한국 주재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 말썽을 키웠다. 설명을 곁들이자면 해마다 일정 수의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를 국내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대사관이 그에 따른 부담을 갖게 해 폭행당한 유학생과의 합의를 쉽게 끌어내려 했다는 의미다. 소장 명의로 대사관 측에 전달했다는 형사처분불원서 역시 속성이 다르지 않다. 이런 대응은 바둑으로 치면 정석이 아닌 속수에 가깝다. 한국에 유학차 왔다가 방학을 틈타 공사 현장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은 돌아보지 못할망정 오직 자신들의 면피를 위해 힘을 쏟는 행태는 옳지 못하다.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을 제대로 확인도 않고 여럿이 달려들어 무턱대고 두들겨 패고 닷새나 보호소에 감금하다시피 억류한 것이 명백하다면 그다음 취할 행동요령은 간단하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해당 대사관을 비롯해 법무부나 인권센터 등 관련 기관에 경위를 소상히 밝혀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것이다. 그렇게 정도를 밟았더라면 조용하게 수습이 됐을 테고 양국 간 신뢰는 오히려 더 돈독해졌을지 모른다. 폭행 장면이 동영상을 통해 선명하게 공개되고 그게 과잉단속 혐의가 짙다는 사실이 입증됐는데도 창원출입국사무소는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나머지 정황을 숨기기에만 애를 쓰고, 심지어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해당 대사관에까지 협조의 손길을 내밀었다니 어이없다.

국내에 와있는 외국인은 줄잡아 2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걸음 한번 떼면 생김새가 다른 얼굴을 마주칠 정도다. 그러나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인식의 수준은 제대로 확립돼있지 않다. 끊이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유린 사례는 악성화한 지 오래고 국격까지 떨어뜨린다.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력만을 원하는 편협된 사고방식이 우즈베키스탄인 유학생 폭력 사태를 낳은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때가 됐다. 기업체뿐 아니라 관련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재교육이 시급해졌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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