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운동장 공사하면서 실종
문화재청 보존대책 지시에도
창원시 부서 간 협의 없이 매립
묻은 장소 위치도 몰라 황당

창원에 옛날부터 있던 불상이 사라졌다. 공무원이 주변 공사를 하면서 땅에 파묻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어디에 묻힌지도 모르는 상태다. 특히 문화재청이 불상 보존 대책을 강구하라는 공문을 보냈음에도 어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 566번지, 소답초등학교 뒤편 북산 등산로 자락에는 '소답동 마애석불좌상'이 있었다. 높이 100cm, 너비 56cm, 폭 25cm 크기 석불은 지정 문화재는 아니지만 창원시 '디지털창원문화대전'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등록돼 있다. 또한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주민들에 의해 산신으로 모셔지기도 한다"고 소개돼 있다.

백유선(57) 서울 보성중학교 교감은 지난 7월 25일 불상을 직접 보고자 창원을 방문했지만 볼 수 없었다. 불상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소답동주민운동장이 들어서 있다.

사라지기 전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 마애석불좌상.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디지털창원문화대전

백 교감은 "평소 불교 문화재 등 역사에 관심이 많아 창원지역에 답사를 갔다. 역사 동아리·커뮤니티에서는 소답동 마애석불좌상에 관심이 많다"며 "그런데 불상을 볼 수 없어 창원시에 문의하니 담당부서에서는 알지도 못했고, 이후 운동장을 조성하면서 위치를 표시해두고 땅에 묻은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묻은 위치도 모른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창원시의 분별없는 문화 행정을 바로잡고,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후세에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답주민운동장은 2010년 도시계획시설 결정 등 행정절차와 편입토지 보상협의를 거쳐 2015년 12월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준공됐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은 창원시에 불상 보존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었다.

창원시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2011년 11월 28일 자로 경남도 문화예술과, 당시 창원시 문화재 관리부서, 사업시행부서(현 체육진흥과)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사업구역 내 소유자와 협의해 불상 이전 등 보존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공문은 두류문화연구원의 '창원 의창구 소답동 주민운동장조성사업 문화재 지표조사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에는 "소답주민운동장조성사업 실행 이전에 유물산포지와 물린 구간에 표본조사를 수행하고, 유적 분포 여부를 확인해 결과에 따라 보존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돼 있다.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은 "1995년 석불을 알게 됐는데 20세기 이후 만든 것이 아닌 근대 이전의 유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었다. 보고서에 따라 문화재청이 검토 후 조치했을 것"이라며 "만약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업무파악을 못 했다면 직무유기다. 창원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 체육진흥과 담당자는 "매립한 것으로 아는데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 공사업체 관계자와 연락을 하고 있다"며 "당시 소유자를 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소답동에서 오래 살았다는 공사업체 대표가 자신의 백부가 불상을 만든 사람이라고 했는데 돌아가셨다고 했다. 후손을 찾지 못해 땅속에 보관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문화재 관련 다른 부서에는 문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 문화유산육성과는 "공사를 담당했던 공무원에게 물어보니 소답동주민운동장을 조성하면서 땅에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고, 매립 위치를 파악해서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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