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전환
어쩌다가 엄마 속 남성성과 아빠 속 여성성을 얘기하게 됐어.
갑자기 성전환에 대한 딸 생각이 궁금하더군.
"물론, 자기 그대로 모습을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 자기 모습을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어.
이 정도 답도 충분한데 괜히 한 번 더 물었지.
무슨 답이 나올까 너무 궁금했거든.
"남자가 여자, 여자가 남자로 바뀌면 친구들이 놀리지 않을까?"
"그런 거로 놀리면 자기를 사랑하는 것도 잘 못 할 거 같아."
2. 충돌
학교에서 친구와 부딪혔다더군.
이마에 희미한 자국이 있는 것으로 봐서 꽤 충격이 컸을 것 같아.
친구는 뒤통수를 움켜쥐며 뒹굴었다고 하네.
"아빠, 내 실수도 있지만 옆에서 다른 친구들이 나보고 잘못했다고 계속 얘기해서 더 속상했어."
일단 참치통조림 두 개로 왜 추돌 사고 때는 100% 뒤차 책임인지부터 설명했어.
문제는 옆에서 계속 잘못했다고 얘기했던 친구들인데,
사람은 늘 내가 다른 사람보다 나은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잖아.
누구나 인정하는 빼어난 재주가 있으면 괜찮지.
하지만, 그런 재주가 누구에게나 있지는 않거든.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게 훨씬 쉬운 방법이지.
어른들은 더 심하고.
그나저나 같은 상황에서 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일단 부딪힌 친구들이 얼마나 다쳤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거 아냐?"
딸 생각에 동의해.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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