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뒤집다
성산아트홀 등 3곳서 전시
소재·표현법 참신함 내세워
오브제·미디어아트 등 선봬

9월 4일 개막하는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용지공원 내 유어예 마당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더불어 성산아트홀과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창원역사민속관 등에서 다양한 장르의 미술품을 만날 수 있다. '파격'이라는 주제로 소재의 참신함을 내세운 작품이 기대되고 지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창녕 출신 1세대 화가 고 김보현(1917~2014)의 유작을 볼 기회다.

◇'파격'이라는 또 다른 조각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를 기획한 창원문화재단은 성산아트홀에서 개막하는 '파격'이라는 이름을 단 실내전 역시 조각의 확대라고 밝혔다. 작가 34명이 참여해, 유어예 마당에서 선보이는 실외전과 다르게 새로운 소재와 표현방법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주류 미술계에서 잘 쓰지 않는 재료를 선택한 것은 미술품을 숭배만 하는 예술계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윤범모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의 의도와도 잘 들어맞는다.

조각, 오브제, 미디어 아트 등은 파격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내보일까.

머리카락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황재형 작가. 광부화가로 불리는 그는 태백의 미용실에서 수집한 머리카락으로 '새벽에 홀로 깨어 Ⅱ', '원이 엄마 편지' 등을 완성했다. 목탄으로 그린 듯, 수묵화인 듯하다.

▲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볼 수 있는 황재형 작 '새벽에 홀로 깨어Ⅱ

이번에는 고구마다. 안종대 작가의 '실상'은 고구마에 사람 얼굴을 조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각상은 말라가는데, 이 과정조차 작품의 한 부분이다. 작가는 바래지고 시드는 실, 솜, 종이 등으로 공중에 매달린 얼굴을 표현했다.

하태범 작가는 알루미늄 재료로 부조 작업을 했고 임채욱 작가는 사진용 인화지 대신 전통 한지를 활용해 사진을 내보였다.

강애란 작가의 '대한제국의 빛나는 날들'은 조선 왕조의 자료를 모아 설치작품을 선보이는데, 책 모양과 빛의 만남이 이색적이다.

역사를 함께한 작품도 볼 수 있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났던 판문점에 내걸린 그림 두 점이 공개된다. 당시 방명록 서명 장소 뒤쪽에 걸렸던 김준권 작가의 '산운'과 연회장 밖 복도에 놓였던 이이남 작가의 '고전회화 해피니스'다. 환영과 배려, 평화와 소망이라는 의미가 있다.

◇고 김보현 화백을 기리며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기간 특별전이 열릴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는 세 부문으로 전시가 펼쳐진다. 문신 특별전과 김보현+실비아 올드 부부작가 특별전, 그리고 안종연 팀의 미디어 아트 전시다.

문신 작품은 새롭게 큐레이팅된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소속이 아닌 큐레이터가 기획해 주목된다.

다른 전시실에서는 창녕 출신 김보현(1917~2014·영어이름 포 킴) 작가와 그의 아내 실비아 올드(Sylvia Wald·1915~2011)를 만날 수 있다.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김보현 작 'Untitled(무제)'. /창원문화재단

김보현 화백은 지난 2013년 경남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당시 경남도립미술관은 '97세 현역' 김보현 화백 작품전을 내보였다.

김 화백은 한국에서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다 1955년 일리노이대학 교환교수로 미국으로 건너가 추상미술을 시작했다. 그러다 다시 구상 드로잉을 했다. 연필과 색연필로 과일 등을 그렸다. 이후 인물과 동물이 등장했고 자유롭게 화면을 구상하며 뛰어난 색채감각을 선보였다.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조각이 아닌 회화가 보고 싶다면 딱 좋다.

또 다른 장르로 미디어 아트 전시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진행된다. 김태은 작가가 소금을 활용해 안중근(1879~1910) 의사 초상화를 보여줄 예정이다.

◇"당신은 청춘인가요?"

세계적인 비디오 작가 백남준(1932~2006)의 이후가 궁금하다면 창원의 집과 창원역사민속관을 찾자. 창원의 대표적 고택인 창원의 집에서 동시대 예술로 칭하는 디지털 미디어 아트가 어떻게 변주할지 기대된다.

창원문화재단이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 특별전으로 '젊음의 심연(心淵)-순응과 탈주 사이'전을 준비했다. 대안공간 루프와 협업해 국내외 젊은 작가 10명의 목소리를 미디어 아트로 선보인다.

특별전 이름처럼 작품의 주제는 순응과 탈주 사이에 선 청년들 이야기다.

▲ 창원의 집에서 볼 수 있는 이정형 작 겹쳐지는 지점 의 한 장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고 사회가 요구하는 표준에 다다른다는 가정 자체가 환상임을 말하는 리아오 치유(대만) 작가의 '강', 기성사회를 조직 스포츠인 축구로 비유한 카를레스 콘고스트(스페인) 작가의 '확고한 신비로움', 청년 5명이 표준화된 언어를 버리고 몸짓으로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유안 케루(중국) 작가의 '달과 6펜스' 등 참신하고 발칙한 작품을 싱글채널비디오, 투채널비디오 등 형식으로 볼 수 있다.

이정아 대안공간 루프 객원 큐레이터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청년의 위상과 의미는 큰 격차를 보인다. 규격화된 표상이 덕목처럼 신화화된 사회에서 내가 아닌 나와 있는 그대로의 나의 분열을 맞는 청춘들 이야기다"고 했다.

'젊음의 심연-순응과 탈주 사이'는 미완의 유예된 젊음, 오히려 철없음이 인간 본연의 모습에 더 가까운 건 아닌지 스스로 질문해 볼 수 있다.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실내전·특별전은 10월 14일까지.

▲ 창원의 집에서 볼 수 있는 카를레스 콘고스트 작 '확고한 신비로움'의 한 장면. /창원문화재단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실비아 올드 작 'Untitled(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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