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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읽는 꽃 이야기]별 왕자의 영혼, 봉선화

당신의 마음에 물들고 싶어라
'봉선'이라는 이름의 한 소녀
동쪽 하늘의 왕자별 좋아해
서로 이야기하며 추억 간직
한날 갑작스레 죽은 왕자별
좋아하는 마음 간직하고파
소녀, 꽃잎 따서 손톱 물들여

시민기자 조현술(동화작가) jojy@idomin.com 2018년 08월 30일 목요일

깊고 깊은 산골이어요. 그런 산골에 몇 채의 초가집들이 조가비처럼 오순도순 모여 있었어요.

한 소녀가 초가집 마루 끝에 앉아 노을로 물들어가는 서녘 하늘을 바라다보고 있어요. 그 소녀의 얼굴에는 외로움이 노을처럼 물들고 있어 누가 곁에서 무어라고 말만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았어요.

"아! 저 노을을 따라 걸어가면 친구가 있을까?"

"엄마는 이 마을 저 마을로 보부상을 다니시니 밤이 늦어야 돌아오시지?"

소녀는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노을이 물드는 오후만 되면 항상 집 뒤에 있는 산으로 올라갔어요. 오늘도 소녀는 마을 뒷산 곰바위 앞에서 매일 하는 것처럼 동쪽 하늘에 있는 밝은 별 하나를 찾았어요.

동쪽 하늘에 별 하나가 동화 속의 왕자 같은 눈빛으로 유난스레 반짝이며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오늘도 소녀가 그 별에게 먼저 말을 걸었어요.

손가락에 주홍빛 봉선화 물을 들이는 모습. /연합뉴스

"별아, 오늘도 나는 무척 외로웠단다."

"나도 너의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이 시간이 기다려져."

소녀와 별은 눈빛으로 친구처럼 서로 정다운 얘기를 주고받았어요. 그렇게 서로 말을 주고받을 적마다 별빛이 숨을 쉬는 것처럼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했어요.

소녀는 언제나 하는 것처럼 두 손을 기도하듯이 모으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꾀꼬리 같은 맑은 노래를 불렀어요.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고 밝은 달만 쳐다보니…."

소녀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오자, 소녀의 노랫소리를 듣느라 그 산골의 새소리, 물소리 그리고 바람 소리마저 뚝 멈추었어요.

다음날은 소녀가 조금 일찍 뒷산으로 올라갔어요. 그런데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소녀가 별 왕자를 볼 수가 없었어요. .

"아, 별 왕자가 있는 별을 볼 수 없다니!"

그 다음날은 더 일찍 뒷산에 올라갔어요. 하늘이 토라진 친구 얼굴처럼 구름이 잔뜩 끼더니, 이내 빗방울까지 우두둑 떨어졌어요. 그럴수록 소녀는 더욱 별왕자가 보고 싶었어요.

다음날도 소녀는 콩닥이는 가슴으로 뒷산 곰바위 쪽으로 올라갔어요. 아! 구름 사이로 동쪽 하늘, 그 별에서 별 왕자의 눈이 깜빡이고 있었어요.

"아, 저 눈빛 봐라. 별 왕자의 눈빛이 틀림없어."

소녀는 울음에 젖은 목소리로 동쪽 하늘의 별 왕자를 보고 물었어요.

"어떻게 하면 그 별 나라에 갈 수 있어?"

"그것은 안돼. 그냥 이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서로 주고받으면 돼."

"그래도 별나라에 가고 싶은데…."

소녀는 별왕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목청을 가다듬어 별 왕자에게 바치는 노래를 불렀어요.

♪ 별나라에 가는 길은 멀어요. 별빛 타고 가는 별나라. ♬

소녀가 울먹이며 너무 애절하게 노래를 부르자, 그 소녀의 노랫소리를 듣느라고 별 왕자가 고개를 길게 빼고 소녀를 내려다보며 안타깝게 몸을 바둥거리는 것 같았어요.

♪별 하나, 나 하나, 외로움 하나 아슴한 등불 하나. ♬

그럴수록 소녀가 별 왕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발끝을 세워 노래를 불렀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동쪽 하늘에 떠 있던 별 왕자의 별에서 별빛 하나가 밝은 빛을 내며 소녀가 있는 곰바위 앞 잔디밭으로 아주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어요. 별 왕자가 소녀의 노래에 너무 취해 그만 중심을 잃고 소녀 쪽으로 기우뚱 했나 봐요.

소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을 몰랐어요. 그러다 소녀는 자기가 입고 있는 치마를 두 손으로 펴서 별 왕자가 떨어지는 곳을 향해 달려갔어요. 소녀는 숨을 할딱거리며 두 손으로 치마를 펴고 별 왕자가 떨어지는 곳으로 달려가 치마를 넓게 폈어요. 떨어지는 별 왕자를 소녀가 간신히 치마 안쪽에 받는 것 같았어요.

"어마나? 이를 어째?"

그러나 방향이 조금 빗나갔어요. 그 별 왕자가 소녀의 치마 바로 옆 잔디밭에 무섭게 떨어졌어요. 순간 별 왕자의 몸에서 참았던 울음처럼, 그리움처럼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어요. 마치 한 꼬투리의 씨앗이 터지듯이 또는 기다림에 지친 목소리가 터지듯이 그렇게 핏방울이 사방으로 튀었어요.

소녀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파랗게 죽어가는 별 왕자를 부둥켜안고 몸부림치며 울었어요.

"별 왕자님, 이제 나는 외로워서 어떻게 살아요."

소녀는 그렇게 울다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가까운 곳에서 괭이를 구해왔어요. 곰바위 바로 옆에 있는 넓은 잔디밭에다 왕자의 무덤을 만들었어요.

그 다음날부터 노을이 바알갛게 물드는 오후가 되면 소녀는 그 별 왕자의 무덤 앞에 와서 고운 노래를 불렀어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소녀는 하루도 빠지지 않았어요. 소녀는 눈이 내리는 겨울날에도….

그 산골에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왔어요. 그리고 여름이 왔어요.

오늘도 소녀는 노을이 산마루에 걸쳐지자, 뒷산 별 왕자 무덤으로 갔어요.

소녀는 별 왕자 무덤 주변을 돌보다 신기한 꽃 한 포기를 보았어요. 꽃 한 포기가 바알간 꽃을 피웠어요. 그 꽃 옆에 작은 씨앗주머니도 하나 달렸어요.

소녀가 떨리는 손으로 보드라운 꽃잎을 땄어요. 그 꽃잎이 너무 부드러워 손으로 이리저리 비비자, 소녀의 손끝에 빨간 물이 들었어요.

그러다 소녀가 깜짝 놀랐어요.

"아하, 이 붉은 빛은 별 왕자의 영혼이다."

소녀가 그 꽃에서 씨앗 주머니 하나를 땄어요. 손으로 살며시 만지자, 그 씨앗이 기다리다 지친 목소리처럼 톡 튀어 사방으로 흩어졌어요.

소녀는 울음이 왈칵 쏟아져 나왔어요. 마치 별왕자가 소녀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튀어 나오는 것처럼 마음이 아려왔어요.

소녀는 생각했어요. 그 별 왕자의 영혼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싶어, 꽃잎을 손 안에 가득 따 집으로 돌아왔어요.

소녀는 마루에 앉아 그 꽃잎을 돌로 콩콩 찧어서 손톱에 바알간 꽃물을 들였어요.

"나는 첫눈이 올 때까지 이 손톱의 빨간 봉선화꽃물이 지워지지 않도록 할 거야."

먼 훗날 사람들은 소녀의 이름, '봉선'을 따서 그 꽃을 '봉선화'라고 불렀다고 해요. 그리고 첫눈이 오는 날까지 손톱의 봉선화 꽃물이 지위지지 않게 잘 간수하게 되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해요.

소녀들이 손톱에 봉선화 꽃물을 들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봉선화 꽃씨가 손만 대면 톡 튀어 나오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봉선화의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래요. /시민기자 조현술(동화작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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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영 기자

    • 조재영 기자
  • 경제부 데스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조언과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 보내 주실 곳 jojy@idomin.com 전화: 250-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