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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돈가방 사라졌다는 택시기사 에피소드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연지지구대장 webmaster@idomin.com 2018년 08월 30일 목요일

어제 오후 건장한 50대 중반의 남자가 지구대를 찾았다. 손전화를 상황근무자에게 건네며 "택시 승객이 두고 내린 것인데 옆 동부아파트라 하던데 (승객이) 오면 주면 됩니다" 한다. 손전화를 주고 나가는 기사의 연락처와 이름을 묻고 기록을 하는 것을 보다, 현관문을 열고 나와 하늘을 쳐다보는데 택시에 갔다 온 기사가 발을 동동 구른다. 핸들 위에 오늘 번 1000원짜리 지폐를 모아 두었는데 없어졌고, 운전석 밑에 둔 돈가방도 없어졌다면서. 좋은 일 한 택시기사가 낭패를, 그것도 지구대 앞에서 당한 일이라 여겨져 마침 교대근무 퇴근을 위해 들어온 직원들을 불러 인상착의를 알려주자 순식간에 젊은 직원들이 좌우로 흩어져 수색에 돌입했다. 반경을 넓히기 위해 일부는 순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계속 신고자 상대 인상착의와 손가방 특징을 묻는다. 무전기에서 지구대 옆 동부와 현대1차아파트를 수색하는 교신이 들려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가방은 A4용지 반 정도이고, 승객은 보통 키에 분홍색 티를 입었다 해서 택시와 순찰차 블랙박스를 확인토록 했다. 한쪽에서는 개인차량에 설치한 블랙박스를 수거해 보느라 교대근무 인수인계는 어려워 팀장끼리 사건을 주고받으며 반드시 잡아줄 결의를 다진다. 순찰차에 찍힌 화면에는 택시에 접근하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다시 확인하는데, 연락받고 온 택시회사 노조위원장이 화면이 한 템포 넘어갈 수 있다며 걱정이다. 그 사이 출근한 김 경위가 택시에서 수거한 블랙박스를 어렵게 열었다. 신고자가 택시에서 내린 시간부터 탄 시간은 2분인데 아무도 택시에 탄 사람이 없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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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소는 아닌 것 같은데, 택시에 탄 사람이 없으니 잘 생각해 보이소" 하자 기사가 손바닥으로 머리를 치며 "아이쿠, 잘못했습니다. 아침에 돈가방을 조수석 앞서랍에 넣고 잠갔는데…"한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하는데, 그때 비를 맞으며 뛰어나가 수색을 한 직원들이 어두운 얼굴로 들어왔다. "착각이라 한다. 수고들 했다" 하니 모두 환한 얼굴이다. 당황하면 앞도 잘 안 보인다. 평소 훈련이 잘되어 있어도 순간적으로 발생한 일에는 누구라도 당황한다. 지구대에서 벌어진 일에 젊은 직원은 "이건 아닌데 창피합니다" 하였는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렇게 지구대 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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