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2명 24시간 교대근무
비의료인 가능 업무분담 요구
"다른 곳은 상담사 등도 진행"
센터 "예산·인력 보강 필요"

최근 성폭력 피해자의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사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치유해 줄 공공인력은 열악한 처우와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는 성폭행피해자에 대한 상담, 의료, 법률과 수사지원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 피해자가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곳 간호사, 상담원 등은 대부분 계약직이며, 낮은 급여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마산해바라기센터에서도 고질적 문제가 불거졌다. 센터에는 부소장 1명, 상담사 4명, 경찰 4명, 간호사 2명 등이 일하고 있는데 이 중 간호사 2명은 하루 24시간씩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센터에서 일한 뒤 집에서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대기한다.

이 때문에 간호사들은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여성가족부가 배포한 의료기관전담 의료업무 안내서대로 상황과 단계에 따른 응급키트 시행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성폭력 증거채취 응급키트는 강간 등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증거채취용품이다.

응급키트 매뉴얼에 따르면 응급키트 시행은 의사가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상황과 단계에 따라 의사가 아닌 간호사 등 의료인이나 해바라기센터 간호사, 혹은 경찰관이 시행할 수 있고 부득이한 경우 해바라기센터 상담원이 시행할 수도 있다. 7단계(생식기 증거채취), 8단계(항문 직장 증거채취)는 의사만 시행가능하고, 10단계(혈액채취), 11단계(소변채취)는 의료인만 할 수 있다.

마산해바라기센터 간호사들은 매뉴얼에 따른 의료인만 가능한 증거채취 외 다른 단계 업무를 도와달라는 것이다. 실제 간호사의 야간, 휴일 근무가 가능한 센터는 전국 10개소에 불과해 많은 해바라기센터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간호사 외 다른 직군도 성폭력 증거채취 등을 돕기도 한다.

간호사 김모(27) 씨는 "피해자를 위해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1년을 버텼는데 업무가 무척 고되다. 간호사가 부족한 타 지역 해바라기센터는 상담사나 다른 직군 직원들이 의료인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단계별 응급키트도 진행한다. 인력 부족을 안다면서 업무를 나눠 짊어지려고는 하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마산해바라기센터 부소장은 "간호사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예산이 부족해 빚어지는 전국 공통의 숙제"라며 "응급키트 역시 강간 피해자에 대한 증거채취는 전문가를 통해 훼손 없이 하는 게 주목적이다. 증거가 훼손될 우려가 있어 강간피해자에 한정해 돕지 않는 것이지 유사강간 등에 대한 증거채취와 간호사 어시스트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39개 해바라기센터 운영 예산은 2016년 157억 원, 지난해 144억 원, 올해 126억 원 등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해바라기센터를 찾는 피해자가 늘어난 상황을 반영, 센터 추가 및 인력난 해소를 위해 예산을 증액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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