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기지역 지정 말곤 없어
경제계 실효성 있는 대책 주문

경남의 부동산 경기침체가 STX조선해양의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권 도움 없이 부동산 자산 매각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STX조선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운영자금이 없다며 선수금환급보증(RG)을 해주지 않아 주력 선종의 가격 상승에도 올해 신규 수주는 '0'이 될 처지다.

지역경제계와 조선업 전문가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의 '일관된' 중형조선산업 정책 부재가 국내 중형조선사들을 죄다 죽음으로 내몬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을 기대하며 비판을 삼가온 그간 태도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5개월이 지났는데도 뾰족한 대책 하나 없다. 중형조선소 회생은 문 대통령 주요 공약이자 김경수 도지사도 줄곧 강조해왔다. 하지만, 중형·중소형조선사 RG 발급 원활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공약인 선박해양공사는 해양공사로 '선박'은 뺀 채 지난 7월 설립해 조선업계를 당혹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대책이 대책이던 박근혜 정권 때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실제 현 정부의 조선산업 정책은 고용위기지역과 산업위기지역 지정 이외는 찾아보기 어렵다. 고용·산업위기지역 지정은 실업자 긴급 구제와 지역 자영업자 지원책이지 조선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은 아니다.

지난 4월 5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조선산업 발전 전략'에서도 중형조선업 전략은 거의 없다. 성동조선 법정관리와 STX조선 구조조정, 대선조선 매각과 한진중공업 방산 특화가 전부였다. 수년 넘는 경영악화로 신용도가 바닥인 중형조선사들에 실제 필요한 RG 발급이나 운영자금 지원 방안 등은 전혀 없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는 '중소 조선사 선수금환급보증 발급 확대지원을 하겠다'는 대책이 나왔는데 어떻게 확대할지, 어느 정도로 할지는 담겨 있지 않았다. 작년 7월 나왔던 RG 발급 지원방안도 부분 보증(75%)을 제공하겠다는 신용보증기금조차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 신용도를 보기에 저신용 상태인 대부분의 중형조선사에는 그림의 떡이었다.

경남도도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자산을 담보로 맡기는 방안 등을 검토해봤지만 여의치 않은 등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성찬 국회의원(자유한국당·창원시 진해구)은 29일 "현 정부가 내년에 54조 원이나 풀어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는데, 있는 일자리라도 지키라고 권고하고 싶다. 창원은 미분양 아파트만 6345가구로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이에 따른 일시적인 자산 매각 어려움을 해당 기업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그러면 정부와 산은이 일시 유예 조치를 해주든지, 간접 지원 형태로 긴급 지원을 해주든지 해야 할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창원상의 관계자는 "추가 지원은 없다는 정부 방침이 안 바뀌면 산은은 안 움직인다. 결국, 정부가 중형·중소형조선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그런 신호를 줘야 한다"며 "기업이 자산 매각을 시도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부동산 경기 탓에 상황이 꼬였을 뿐이다. 그러면 정부가 단기적인 관련 대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하루빨리 전반적이고 실효성 있는 중형조선산업 정책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정부가 큰돈 들이지 않아도 된다. 기업별 특화 선종을 하루빨리 정하고, 금융권에 RG 발급만 제대로 해달라고 하면 중형조선소는 자체 생존할 수 있다. RG 발급을 막아 결국 경쟁력 있던 멀쩡한 중형조선사를 망하게 한 SPP조선 사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