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동극 포함 35편 수록

최근 발간된 <종이컵 속 민들레>(사진)는 경남문인협회 소속 아동문학가들의 대표 작품을 모은 작품집이다. 작가 35명이 자신의 대표 작품을 뽑았기에 자선대표 선집이다. 경남문인협회가 지난 5년간 꾸준히 발간한 시선집, 시조선집, 소설선집, 수필선집 등 경남 문학 대표 작품 시리즈 마지막 편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책에는 동시 19편, 동화 15편, 동극(아동극 희곡) 1편이 담겼다.

동시 편에는 아이가 쓴 것처럼 천진난만한 작품이 많아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엄마가 햇살에/ 머리 말린 햇볕 사용료// 나뭇가지 살랑살랑/ 몸 말린 햇볕 사용료// 강아지 몸 탈탈 털어/ 물기 말린 햇볕 사용료// 그 많은/ 햇볕 사용료/ 누가 다 내나요?// 해님이/ 풀잎에서 손사래 치며/ 아, 그만두래요." (김재순 '햇볕 사용료' 전문)

"아빠하고/ 청룡열차 탔다// 덜덜 떠는/ 내 손 꼭 잡으시며/ - 괜찮아/ 하나도 안 무서워/ 하시던// 출발과 함께// -엄마야 !// 아빠의 비명 소리// 아빠의 몸속에도/ 아이가 있나봐요" (변정원 '놀이동산에서' 전문

책 제목도 동시편에 실린 '종이컵 속 민들레'(류경일)에서 가져왔다.

"숲 속에 버려진 종이컵 안에/ 민들레가 들어가 노란 꽃을 피웠다/ 한번 쓰고 버리는 게 아까웠는지/ 종이컵 안에 들어가 산다"

동화 편에는 시대 변화를 반영한 소재들이 신선하다.

도시 개발의 이면을 다룬 '햇볕 도둑' (도희주), 다문화 시대 이주 노동자 문제를 다룬 '티르네 다마스' (이림), 인공지능 시대 휴머니즘을 다룬 '드디어' (임신행) 등이 그렇다. 개미 사회를 의인화해 시간의 의미를 성찰해보는 '시간이 없는 나라'(정목일)도 독특한 작품이다.

"'일어날 시간이오! 전부 일어나시오.' 개미 나라 집들마다 명령이 전달되었습니다. 광장에 놓여 있는 물체의 바늘이 가리키는 대로 개미 나라는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개미 백성들도 꼼짝없이 물체의 바늘이 가리키는 대로 생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활이 한 달쯤 지나게 되자, 개미 나라 백성들은 여기저기서 불평이 터져 나왔습니다.

'도대체 시간이라는 게 뭔지 모르지만, 이제는 시간의 노예가 되었군. 시간이라는 걸 몰랐을 때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어….'"

유일한 동극 '애벌레의 꿈'(이한영)은 다른 곤충의 놀림을 받던 못난이 애벌레가 고통을 참고 이겨 멋진 호랑나비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경남문인협회, 240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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