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철수 1번, 영희 50번…' 식의 초등학교 출석번호는 "성차별"이라며 학교에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그 개선 권고 앞에 보아란 듯 어깨를 으쓱거려 보고 싶은 필자의 67년 전 초교 5학년 때의 일화가 있습니다.

조회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가기 전 신발장에 고무신을 올려 놓을 때마다 꼭 내 신발 옆에다 나란히 신발을 붙여 놓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속 소녀 같은 최금자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금자가 아파서 얼굴이 핼쑥할 땐 내가 대신 아파줄 수 좀 없을까 끌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시간이었습니다. 큰 맘 먹은 나와 선생님 간에 이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선생님, 최금자의 출석부 이름을 내 이름 옆에다 붙여주세요." "뭐, 왜?" "쟤 신발은 내 신발과 늘 붙어 있어요. 그러니까 이름도 붙여주세요." 그때의 별명이 '붙어라 붙어'였지만 난 창피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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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나기 최금자'야

하늘 나라에서 잘 있지?

머잖아 만나게 될 거야.

그곳 노인대학 출석부에

네 이름

'최금자'는 앞? 아님 뒤?

훗날 만나면 난 네 '뒤'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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