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지·학교 차별 금지
대학추천제 지속 어려워
할당 등 선발 방안 고심

금융권이 '채용 투명성 확보'에 신경 쓰고 있는 가운데, 지방은행은 '그에 따른 지역 인재 역차별 방지'에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은행연합회는 채용 비리 예방책 가운데 하나로 지난 6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이는 권고사항이지만 금융당국 점검 등이 뒤따르기에, 각 은행 처지에서는 사실상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내용 하나하나는 '~해야 한다'는 강제 사항도 있지만, '~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어, 은행 자율적 선택 폭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제22조(필기전형의 실시)-①은행은 지원자가 해당 채용 분야 또는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었는지 검증하기 위하여 필기시험을 도입할 수 있다'와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가운데 '제4조(채용관리의 기본원칙)'는 '지원자의 성별·연령·출신학교·출신지·신체조건 등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요소를 이유로 한 차별은 금지하고, 공정한 채용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제5조(채용 방법)'는 '은행은 인재상·조직문화 등을 고려해 채용 방법을 정할 수 있다. 단, 은행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연령·출신학교·출신지·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고, 공정한 취업 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원론적으로 매우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지방은행 특수성에 걸맞은 지역 인재 채용 취지가 희석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연결된다.

전국 6개 지방은행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지역 대학 출신자' '지역에 주소지를 둔 이'가 신규 채용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은행은 결국 지역을 기반으로 하기에, 지역 인재가 영업과 인력 운용 등에서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경남은행 관계자는 "실제 서울 등 다른 지역 합격자들은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경남은행은 지난해 7급 공채 때 자격 조건으로 '경남은행 입행 지원서를 배부받은 도내 대학(교)의 총장 추천을 받은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로 한정했다. 경남은행뿐만 아니라 대부분 지방은행은 이러한 '대학 추천제'를 활용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채용 방식이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과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경남은행 또 다른 관계자도 "아직 채용 방식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기존 '대학 추천제'는 앞으로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방은행들은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이에 어긋나지 않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에 지난 27일 채용 공고를 낸 대구은행은 '지역 인재' '지역 외 인재'를 별도 구분해 뽑고 있다. '지역 인재'는 대구·경북지역 소재 정규대학 졸업자 및 2019년 2월 졸업예정자, '일반'은 대구·경북지역 외 소재 정규대학 졸업자 및 2019년 2월 졸업예정자만 지원토록 했다.

광주은행도 기존 대학추천제 방식을 인터넷공채로 변경했다. 대신 '지역 인재' 분야 등을 통해 전체 채용 인원의 70% 이상을 지역 출신으로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은행들은 이처럼 '구분 채용' 혹은 '할당제' 방식으로 지역인재를 뽑는 분위기다. 이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내용 가운데 '일정한 요건을 가진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제한 경쟁방식을 통해 채용할 수 있다'는 내용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지역 인재를 더 많이는 아니더라도 기존 수준으로 계속 뽑는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