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기만 한 매운맛에 싫증 났다면
독특한 소스인 '마라' 사용
탕·볶음 등 다양하게 조리
초피처럼 저릿한 매운맛에
다양한 맛과 향 섞여 이색적

평일 저녁 창원 한 식당 안이 손님으로 가득하다. 식당 앞을 지나는 이들은 생소한 음식 이름을 보고 가게 안을 훔쳐본다.

식탁 위는 마라롱샤, 마라샹궈, 마라탕 등 꽤 다양한 요리가 차지한다. 이들 요리의 공통점은 '마라' 요리라는 점이다.

마라는 저릴 마(痲)에 매울 랄(辣)을 써서 저리게 맵다는 뜻이다. 마자오와 화자오, 한국으로 치면 초피와 흡사한 향신료나 팔각, 정향, 회향 등이 들어가서다.

창원 한 마라 요리 전문점의 마라탕(왼쪽). 볶음밥과 함께 먹어봤다. 기호에 따라 매운 정도를 주문하면 된다./최환석 기자

마자오는 청색 계통, 화자오는 붉은색 계통이다. 화자오는 특히 중국 사천지방에서 유명한 향신료다. 중국 후추, 사천 후추로 불리기도 한다.

마라라는 표현이 붙은 음식은 이름 그대로 맵다. 단순히 매운 것이 아니라 입 안이 저리다. 얼얼하게 매운맛으로 입맛을 자극한다.

중국에서는 대중적인 음식이지만 한국에서는 향신료 특유의 향으로 호불호가 갈린다거나, 다른 대중적인 중국 요리에 밀려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최근 영화나 예능에 마라 요리가 등장하면서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윤계상이 분한 장첸이 마라롱샤를 먹는 장면은 지금도 회자한다.

최근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가수 헨리가 중국에서 마라롱샤를 먹는 장면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하는 희극인 박나래는 자신의 집에서 만화가 기안84와 배우 이시언에게 마라샹궈 요리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마라탕은 사천요리 경향의 샤부샤부에 가깝다. 재료를 각각 찍어 먹지 않고 한 번에 담아 먹는다는 점이 샤부샤부 요리와는 다른 점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요리. 손님이 선택한 재료를 국물에 데쳐 양념을 넣어 주는 식이다.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볶음요리인마라샹궈./우보라 기자

마라샹궈는 해산물이나 고기, 채소, 당면 등을 양념과 함께 냄비에서 볶아내는 요리다. 마라 요리는 재료에 따라 모양새나 이름이 바뀌는데, 마라롱샤는 민물 가재가 중심 재료다.

경남지역에도 마라 요리를 다루는 식당이 하나둘 문을 열었다. 창원에는 마라 요리 전문 연쇄점까지 생겼다. 양꼬치를 다루는 식당이나, 중국 요리점에서도 마라 요리를 내기도 한다.

마라 요리는 베트남 반쎄오(쌀가루 반죽에 채소 등을 얹고 반달 모양으로 접어 부친 음식)·분짜(쌀국수면에 돼지고기 숯불구이, 채소를 곁들여 먹는 음식), 태국 그린커리(태국식 커리) 등과 더불어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민족 음식을 뜻하는 에스닉 푸드를 대표한다.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를 보면, 올해 1분기 기타 외국식 음식점업 경기지수는 96.09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보다 16.6포인트 상승한 수치인데, 상승폭이 가장 크다. 경기전망에서도 기타 외국식 음식점업은 경기가 여전히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이다.

큰 인기를 누리는 기타 외국식 음식 중에서 특히 마라 요리가 인기를 끄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매운맛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참신하게 다가간다는 점을 꼽겠다.

최근 마라 요리를 즐겨 먹는다는 이모(30·창원시) 씨는 "떡볶이나 닭발 등 원래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데, 마라 요리는 이들과는 차별화한 매운맛이 난다"며 "향신료를 넣어 독특한 향이 나고 저리게 매운맛이 입맛을 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는 1~2년 전부터 서서히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에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마라 요리를 내는 음식점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중국에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에서 마라탕을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대를 찾은 문 대통령은 "지금 중국 청년들 사이에 '한류'가 유행한다고 하지만, 한국에서 '중류'는 더욱 오래되고 폭이 넓습니다"며 "한국의 청년들은 중국의 게임을 즐기고, 양꼬치와 칭다오 맥주를 좋아합니다. 요즘은 중국의 쓰촨요리 '마라탕'이 새로운 유행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인기가 높은 만큼 직접 마라 요리를 가정에서 해먹는 소비자도 늘었다. 마라 요리에 쓰이는 재료는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각각 향신료를 살 수도 있고, 아예 양념 완제품을 사서 쉽게 요리할 수도 있다.

기존 매운맛에 질렸다면,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고 싶다면 한 번쯤 마라 요리를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얼얼한 그 맛에 반할지도 모를 일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