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소속 376개사 사각지대
현 규제대상 231개사보다 많아
공정위 공정거래법 '개편'강조
경영악화·사기 저하 우려 일자
김상조 "기업활동 옥죄기 아냐"

47개 대기업집단 소속 376개 회사가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각지대 속에 숨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개 회사는 규제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어 이 사각지대를 메울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공정위 공시대상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 발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을 27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1일 자산 5조 원 이상인 60개 공시대상 기업집단(이하 공시집단)을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이 집단 소속회사 2083개의 주식소유 현황을 분석한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 이상인 회사를 대상으로 그룹이 일감 몰아주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7일 오전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이 기준에 들어맞는 곳은 47개 집단 소속 231개다. 총수일가 지분율은 평균 52.4%였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37개사가 제외되고 41개사가 추가돼 4개사가 증가했다.

규제대상 회사가 많은 집단은 중흥건설(35개), 호반건설(16개), 효성(15개) 순이었다.

문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사각지대'에 남아 있는 회사가 현재 규제 대상인 231개보다 많은 376개나 된다는 점이다.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 30% 미만인 상장사는 19개 집단 27개사였다.

이 중 이노션, 현대글로비스,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HDC아이콘트롤스, 태영건설, SK D&D, 한화, 유니드 등 9개사는 애초 규제대상이었지만 지분율 하락 등 이유로 빠졌다.

특히 규제를 '살짝' 피하는 총수일가 지분율 29∼30% 사이인 상장사는 7개였다. 이노션, 현대글로비스,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HDC아이콘트롤스, 태영건설, 영풍이 이 사례에 해당했다.

아울러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의 자회사는 47개 집단 소속 349개 회사로 집계됐다. 이 중 100% 완전 자회사는 220개였다.

네오플럭스, 세아네트웍스, 씨제이파워캐스트, 더클래스효성, 쿼츠테크, 금강에스디씨, 세종중흥건설, 세광패션, DK유엔씨 등 9개사는 원래 일감몰어주기 규제대상이었지만,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 회사의 자회사가 되면서 역시 규제에서 빠졌다.

사익 편취규제 사각지대 회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집단은 효성(27개)이었다. 그 뒤로는 유진·넷마블(21개), 중흥건설(19개), 호반건설(18개) 순이었다.

이렇게 규제 기준을 살짝 피하거나 애초 규제대상에 있다가 빠져나간 회사는 '사각지대'를 이용해 규제를 회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공정위가 26일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방안을 넣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개정안처럼 상장·비상장 모두 20% 이상으로 지분율 기준을 일원화하고, 이들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회사도 규제대상이 되면 이러한 사각지대는 사라진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2013년 도입된 사익 편취규제는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한해 상장·비상장사를 차등화하는 제도를 설계한 결과 사각지대가 나타났다"며 "실효성·정합성 제고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상조 위원장,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 비판에 정면 반박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과 관련한 국회의 비판을 반박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전날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 대한 비판에 "우려하는 것처럼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니다"라고 대응했다.

공정위는 전날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입법예고 기간이라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는 않았지만,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그 내용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기업의 검찰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경영권이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기업 공익법인 의결권을 축소한 부분 등과 관련해서는 모든 대기업을 총수가 없는 회사로 몰아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제가 한계 상황에 봉착한 상황에서 기업 환경을 더 악화하고 사기를 꺾으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새 법은 우려하는 것처럼 기업집단 법제를 통해서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니다"며 "경쟁과 절차법제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현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집단 법제도 경직적 사전 규제 강화만이 재벌개혁의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경쟁법 위반이 과잉 형사화하지 않도록 검찰과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 기 살리기와 관련해 법 위반은 엄정히 조사하고 제재하겠지만, 준법 틀 안에서 이뤄지는 기업활동에 대해 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공정위의 업무 중 하나라는 점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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