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경영정상화 이행 미진"미발급…본계약 '빨간불'
STX조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매각 어려워"호소

STX조선해양이 선수금 환급보증서(RG)를 발급받지 못해 올해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한 데다가 추가 옵션 실행으로 수주가 유력한 중형(MR, Medium Range) 탱커 2척까지 수주가 불발될 어려움에 놓였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TX조선은 지난 6월 14일 그리스 오션골드사의 추가 옵션 행사로 MR급 탱커 2척(수주 규모 761억 원)을 사실상 수주했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2개월 넘게 RG 발급을 해주지 않았다. 이에 발주사인 오션골드사는 선박 발주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STX조선에 대한 RG 발급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해줬다.

STX조선은 지난해 9월 그리스 오션골드사와 MR급 석유운반선(탱커) 4척(2+2)을 수주했고, 추가 옵션 2척 발주 가능성도 양측이 긍정적으로 얘기해왔다. 산은은 올해 5월 1차 옵션 2척에 대한 RG 발급은 해줬지만 두 번째 옵션(6월 14일 계약) 2척에 대한 발급에는 부정적이다.

STX조선은 오션골드에 양해를 구해 기한 연장 요청을 했고, 오션골드가 이를 수용하면서 다음 달 중순까지로 연장됐다. 하지만, 기한 내 RG 발급을 못 받으면 6800만 달러(한화 761억 원) 규모 선박 수주가 취소된다.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 여러 선주사와 건조계약 체결 의향서(LOI)를 맺어 7척 수주 직전까지 갔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은으로부터 수주 허가를 받지 못해 본계약 성사가 불발됐다.

산은은 RG 미발급 이유를 지난 4월 제출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STX조선이 일정 수준 이상 이행하지 않았고, 선박 건조 자금 부족 때문으로 들었다. 27일 산은 관계자는 "올 4월 STX조선해양이 제출한 경영정상화 방안(자구계획안)의 일정 수준 이상이 이행되지 않았다. 정상화 방안 중 하나가 자산 매각 계획이었는데, 원활하지 않다. 자산 매각이 돼야 유동성(운영·건조 자금) 확보를 할 수 있는데,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RG 발급을 할 수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산은은 STX조선해양의 자구계획안 미이행, 특히 비업무용 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고, 이에 따라 운영자금이 부족해 RG 발급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STX조선은 올해까지 2600억 원 규모의 비핵심 자산 매각을 해서 작년 1100억 원, 올해 1500억 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채권단과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 이 매각 대금을 선박 건조자금(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역 부동산시장의 극심한 침체가 STX조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STX조선은 올해 7월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 R&D센터를 창원의 한 중견 자동차부품사에 팔았지만 진해구 남양동 제2 사원아파트, 진해구 행암동 공장 터, 옛 고성조선소(고성군 동해면) 내 플로팅 독 등 나머지 자산을 매물로 내놓았는데도 팔리지 않고 있다.

STX조선은 올 4월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대신 내놓은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올해 선박 20척을 신규 수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산은의 현재 태도에 비춰 올해 안 자산 매각을 못 하면 RG 발급도, 신규 수주도 어려워 연말이면 일감 부족에다가 운영자금까지 바닥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지역 부동산경기가 단기간에 갑자기 살아나기는 어려운 만큼 정책 금융 등 정부의 중형조선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STX조선의 고사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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