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 못하면 수확"…밀양 농민 망연자실

이틀간 내린 '기습폭우'가 도내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다. 경남서부지역 100만 명 식수원인 진양호는 태풍 '솔릭'과 26~27일 폭우 때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와 나뭇가지 등으로 뒤덮여 오염까지 우려된다.

진양호는 지난 주말 산청군 시천면 일대에 이틀 동안 내린 330㎜ 폭우와 태풍에 따른 집중호우로 상류지역인 지리산, 경호강, 농경지 등에 있던 폐비닐, 빈병, 나뭇가지 등 초목류 부유물 5000여t이 떠내려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유입된 부유물은 제7호 태풍 쁘라삐룬 때 유입된 부유물의 5배가량으로 초목류가 80%, 생활쓰레기가 20%를 이루고 있다.

진양호는 제수문(방수로 수량조절 수문)으로 오염물이 진입하는 것을 막고자 오염방지 부표를 설치하면서 부유물이 수백 m씩 띠를 이루고 있다. 특히 예년에는 진양호 제수문 쪽에 집중됐지만 이번에는 수면 전반에 걸쳐 부유물이 떠다니고 있다.

27일 오전 제19호 태풍 '솔릭'과 이틀 동안 내린 폭우로 진주시 진양호가 각종 부유물로 뒤덮여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전국적으로 오는 30일까지 집중호우가 예고돼 있어 부유물이 늘어나면 완전 수거기간은 더 길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 부유물에는 썩기 쉬운 퇴비나 낙엽 등이 포함돼 있어 자칫 악취와 오염도 염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수자원공사 남강지사 관계자는 "서부경남 주민의 상수원 보호구역 수질 오염을 막고자 비가 그치면 곧바로 수거작업을 벌여 부유물 대부분을 치우겠다"며 "초목류 수거 작업기간은 적게는 2주일 많게는 한 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도내 곳곳에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산청군 삼장면 유평마을은 26일 비로 대원사 계곡 옆 도로 3곳이 불어난 물살에 쓸려 아스팔트가 벗겨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또 단성면 방목리에서는 주택가 경사면 토사가 흘러내려 주민 6명이 대피했고, 신등면 가술리에서도 흘러내린 토사로 150여㎡ 농경지가 파묻혔다.

함안군에서는 가야읍 석산 소하천 제방이 유실되면서 인근 연꽃테마파크 11㏊와 농경지가 침수되고 말이산 고분군과 인근 도로 토사도 일부 유실됐다. 특히 폭우로 물에 잠긴 연꽃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흙탕물에 잠긴 연잎은 맑은 물로 일일이 씻어내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함안군은 27일 오전부터 수위가 낮아지자 전기·시설물 안전점검과 유실된 제방 응급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군 역시 흙탕물 유입으로 연꽃 생육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맑은 물로 연잎 세척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의령에서는 멜론·깻잎 농가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밀양 하남읍과 삼랑진읍에서는 감자밭이 물에 잠겨 가을 감자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하남읍 수산리는 이틀 동안 내린 비로 농경지 50㏊가 침수돼 감자·상추·깻잎·들깨 재배 농가들이 피해를 봤다. 삼랑진읍 임천리 감자밭 11㏊도 갑작스러운 폭우에 잠겨 가을 감자 농사를 짓는 4~5농가가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삼랑진읍 임천리 박수흠(58) 씨는 "걱정했던 태풍이 잘 지나가서 안심했건만 이렇게 폭우가 쏟아질 줄 몰랐다. 40년간 농사지어온 마을 주민들도 이번 같은 물폭탄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이번 폭우로 수확을 앞둔 농작물 피해가 심각하다는 판단 하에 복구와 추가 피해 예방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도에 따르면, 이틀간 폭우로 창원·밀양·의령·함안·산청·함양 등 6개 시·군에서 476농가가 농작물 침수 피해를 봤다. 피해 규모는 230.6㏊에 이른다. 농경지 매몰 피해는 14농가 0.1㏊였다.

윤성혜 재난안전건설본부장은 "토사유출과 농경지 매몰 등은 응급조치를 했고 비가 그친 후 항구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감자 등 농작물은 침수기간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라지기에 양수기를 가동해 비가 오더라도 물을 빼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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