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밭 좀 함 보이소. 물에 다 잠겨갖고…. 씨감자 파종한 지 3일밖에 안 됐는데 이리 돼삣으니 다 썩게 생겼네 참."

박수흠(58·밀양시 삼랑진읍 임천리) 씨는 지난 26일 오후 1시 폭우가 쏟아지자 며칠 전 심어 놓은 감자밭이 걱정스러웠다. 차를 몰고 밭으로 들어가는 굴다리를 지나려 했지만, 물이 도로 위로 1m 넘게 차올라 차를 세우고 걸어서 밭으로 향했다. 씨감자를 심고 검은 비닐로 덮어놓은 밭은 아예 비닐도 보이지 않고 누런 빗물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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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흠 씨가 지난 26일 내린 폭우로 물에 잠긴 감자밭을 쳐다보고 있다. /이수경 기자

박 씨는 무조건 밭에서 물을 빼야 한다는 생각에 이날 오후 1시부터 밤 12시 넘어 새벽까지 12시간가량 양수기로 물을 퍼냈다. 하지만 완벽히 물이 빠지질 않았다. 다음날인 27일에도 비가 그치지 않아서다.

감자 농사는 봄, 가을 이모작을 한다. 봄 감자는 2월 20일부터 2월 말 사이에 파종해서 6월 초 수확하고, 가을 감자는 8월 말 처서 지나자마자 땅에서 찬 바람이 올라올 즈음 파종해서 11월 말께 수확한다.

박 씨는 6~7년 전부터 7000~8000평(약 2만 4140~2만 6446㎡)가량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데, 처서 다음날인 지난 24일 감자밭 3363평(약 1만 1117㎡)에 먼저 씨감자를 심었다. 감자는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해야 해서 다른 농가보다 부지런히 심었던 것이다. 한데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폭우 탓에 가을 감자 농사를 망치게 됐다.

"미리 파종한 것만 800만 원어치다. 인건비랑 비닐작업비까지 포함하면 1000만 원 이상 손실을 봤다. 최대한 물을 빼내서 땅을 말려 감자 뿌리가 썩지 않게 살려 보는 방법 외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감자는 농작물재해보험 대상도 아니어서 보상받을 길도 없다. 더 큰 일은 아직 심지 않은 씨감자도 이번 비에 젖었다. 파종이 늦어지면 아예 수확도 못 하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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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내린 폭우로 가을 감자 농사를 망친 박수흠 씨가 3일 전 심은 씨감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수경 기자

안타까움에 젖은 박 씨 목소리가 빗소리에 묻혔다. 올봄에 감잣값이 올라서 식탁에 올리기가 버거웠던 기억이 있는데, 가을 감자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밀양 하남읍과 삼랑진읍에서 재배되는 감자는 95% 이상이 부산농산물공판장이나 청과시장으로 유통된다고 한다. 창원지역보다 부산 시세가 더 낫기 때문이란다. 평균적으로 2평(6.6㎡) 밭에서 감자 1상자가 나온다니, 이번 폭우 피해로 박 씨는 1500~1700상자를 날릴 처지에 놓인 셈이다.

밀양시도 피해 농가를 구제할 특별한 방법이 없는 듯했다. 시 농정과 관계자는 "읍면동에서 폭우 피해 상황을 접수하고 있고, 현장을 확인하고 기록한 다음 어떤 행정을 할지 검토하게 된다"며 "현재로는 읍면동에 비치된 총 68대 양수기로 물을 빼는 것을 도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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