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은 됐지만, 영국 애버딘대 하동캠퍼스 설립이 불발된 것은 애석하기 짝이 없다. 애버딘대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해양플랜트 전문 교육기관으로 예정대로 하동 갈사만 조선산업단지에 들어서게 되면 경남의 주력업종인 조선산업을 떠받드는 기술중추로서 그 기능과 역할이 기대되는 바 컸다. 한국 측 파트너로 자임했던 경남도와 하동군의 입장이 그로써 낭패감에 휩싸인 것은 피할 수 없다. 홍준표 지사 재임 당시 큰 업적을 세우기라도한 듯 자화자찬 속에 산·학·관 협약을 체결하고 전적인 재정지원을 폈던 일들을 상기하면 아무리 조선경기 불황으로 미래보장이 불투명하다 해도 대학 측의 일방적 약속 파기는 국제관례를 깬 몰상식에 가깝다. 연이은 개교연기와 학사준비 불성실 등 징후가 심상치 않았음에도 별다른 대응전략을 세우지 않은 도와 군의 책임이 무겁다.

이미 건립된 시험연구시설과 기숙사의 처리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하동사무소를 이전하는 활용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남는 공간이 더 많아 실질적인 대안으로는 미치지 못한다. 해양부문 교육장이나 국내외 연구소 이전도 하나의 대체방안이겠지만 학생모집에 자신이 없어 대학까지 입주를 철회한 마당에 다른 유사 기관들이 응할지는 의문이다. 가장 속수무책인 것은 낭비된 예산이다. 기숙사를 짓는데 물경 79억 원의 지방비를 쏟아부은 데 이어 지금까지 개교를 위해 지원한 금액이 91억 원에 달한다. 그 돈 전부가 주민이 낸 세금이란 사실이 뼈아프다.

천금같은 주민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게 최고의 관건이요 관심사항이다. 만일 돌려받지 못한다면 도와 하동군은 하는 일 없이 예산만 버렸다는 비난에 직면한다. 그만한 액수라면 많은 주민에게 민생혜택을 줄 정도이니 아깝지 않겠는가. 버려지게된 캠퍼스 건물의 소유권을 가진 하동군은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고 도는 예산 반환을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기극을 연상케 하는 이번 사태는 대학 측의 책임이 첫째지만 무턱대고 달려들어 귀중한 돈만 날린 관계 당국의 근시안이 화를 키운 꼴이 됐다. 해명과 사과가 필요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