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지리도 인근 3.5t 어선 조업 중 침몰사고
해경 "도착하니 침수 중…대응 쉽지 않았다"

어선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사고 현장에서 해경이 침몰을 막을 수 있었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고는 지난 21일 창원시 진해구 지리도 인근에서 발생했다. 이날 ㄱ(59) 씨와 ㄴ(여·49) 씨는 3.5t급 어선을 타고 조업을 하고 있었다. 문어단지를 끌어올리며 작업하던 중 배가 앞쪽으로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바닷물이 유입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무게가 나가는 것을 바다로 내던지며 가라앉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인근에 있던 낚싯배가 오전 11시 40분께 구조에 나섰다. 이 배에는 선장·낚시인 등 10명이 타고 있었다. ㄱ 씨 등은 양수기를 건네받아 물을 퍼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에 낚싯배 선장이 11시 57분 창원해경에 신고를 했다. ㄱ·ㄴ 씨는 낚싯배로 옮겨 탔다.

21일 창원시 진해구 지리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이 침몰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 출동한 해경 모습. /창원해경

문제는 해경이 낮 12시 9분께 사고 현장에 다다르면서 벌어졌다. 60t 경비정이 전속력으로 다가오자 낚싯배에 탄 사람들은 방송 등을 하며, 천천히 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경비정이 멈춰선 곳과 사고 현장까지 거리는 15m 정도, 너울성 파도가 일어 기관실에 물이 들어가 어선은 바닷속으로 잠기기 시작했다.

현장을 목격한 한 낚시꾼은 해경이 어선에 밧줄을 묶어 침몰하는 것을 막고 예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해경이 도착한 지 8분 정도 지난 12시 17분 물에 잠겼다.

ㄷ 씨는 "해경이 밧줄로 배를 묶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동영상 촬영하고 사진만 찍어대 욕을 쏟아냈다. 어선이 반쯤 물에 잠긴 뒤에야 정장이 방송으로 '너희들(수경) 중에 저기로 들어가 묶을 자신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하는데 가관이었다"며 "선주가 낚싯배로 건너올 당시 내가 안았는데 부들부들 떠는 게 느껴져 눈물이 다 났다. 선장과 선주는 어선이 안 가라앉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했는데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대처하는 게 너무 화가 났다"고 전했다.

이날 침몰 어선은 통신장비 등을 합쳐 5000여만 원 규모다. 어선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3000만 원 조금 넘게만 받는다. 선주는 사고 발생 6일째인 26일까지 배를 못 찾고 있어 기름 유출 등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선주는 조사 결과에 따라 벌금에 해양오염이 발생하면 그 책임까지 져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해경 관계자는 "경비정이 처음 도착했을 땐 배 앞부분이 침수된 상태였다. 배가 잠기지 않았다면 밧줄로 묶었을 테지만 계속 잠기는 상황에서 배 뒤쪽을 묶으려다 함께 휩쓸릴 수 있어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해경 입장에서는 인명구조가 제일 중요하다. 부표를 설치했더라면 어선을 찾기가 쉬웠을 테지만 해점에 표시된 상황이어서 잠수대가 오면 찾지 않을까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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