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사격 고샅고샅] (4) 3대 사격 가족
며느리도 클레이종목 국가대표
가족 눈으로 조언해줄 수 있어

내 이야기를 하려니 쑥스럽긴 하지만 대를 잇거나 부부 사격선수가 많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아버지, 나, 아들, 며느리가 사격 선수이거나 출신이다.

아버지(조경래 전 경남사격연맹 부회장·작고)는 사격 1세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영향으로 총도 쏘고 사냥을 따라가서 몰이도 했다. 하지만 나는 핸드볼선수 출신이다. 초·중·고 핸드볼선수를 했는데, 고1 때 마산학예체육대회에서 갑자기 사격에 출전하게 됐다. 당시 칼빈 소총으로 대회에 참가한 게 내 사격 인생의 시작이었다. 이후 경남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고 지금의 상무격인 해병대사격단에 입대했다. 이후 경남대 감독, 창원시청 감독도 지냈고 국가대표 코치와 감독까지 지냈다.

용성(아들·창원시청 클레이 선수)이에게 사격을 시킬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부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창원사격장 리모델링을 한다고 1년 정도 연습을 경주에 가서 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경주 구경도 하고 고기도 구워먹었는데, 용성이가 총 한 번 쏴보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자질이 좋아 보였다. 자신도 사격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마산고 다니던 아들을 문성고로 전학시켜 늦게 사격을 하게 했다. 사격 시작하고 2년 만에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타고난 자질이 있는 것 같더라.

아들 조용성(왼쪽), 며느리 김민지(오른쪽)와 함께한 조현진 감독. /조현진

조카도 여자 대표선수로 베이징올림픽에 나갔다. 며느리(김민지·창원시청 클레이 선수)와 친구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대표 선발전을 하는데 계속 며느리가 1위를 했고 조카는 2위를 해 며느리가 나갈 줄 알았는데, 마지막 선발전에서 뒤집어졌다.

내가 국가대표 감독으로 태릉선수촌에 있는데 며느리가 고3으로 대표선수가 돼 입촌했다. 사돈(김대원·작고)도 사격인인데, 설마 우리 아들하고 사귀고 결혼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들이 와서는 "아버지, 저 민지하고 사귀어요" 하는 거였다. "마, 웃기지 마라. 니가 어찌 민지하고 사귄단 말이냐"라고 농담으로 생각했는데 정말 사귀는 게 맞더라. 2년 전 결혼시켰다.

3대가 사격 집안인 데다 며느리까지 사격선수이니 주변에서는 손자가 나면 사격시킬 거냐고 묻는 사람이 제법 있다. 만약 하겠다고 하면 반대할 생각은 없다. 자질이 있다면 선수를 시켜도 된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사격, 그중에서도 전부 클레이 사격을 하는 집안이다 보니 좋은 점이 많다. 소속 팀 지도자에게도 많이 배우겠지만 가족의 눈으로 보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단점이 보인다. 자연스럽게 코칭해줄 수 있다. 우리 집안 자랑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어떤 일이든 아버지-아들-손자로 이어지는 집안의 공통된 일을 함께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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