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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산다는 것은

물질적 화려함 삶의 공허감 못 메워
고전 통해 동서고금의 진리 배워야

김경일 원불교 경남교구장 webmaster@idomin.com 2018년 08월 24일 금요일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기 때문에 한 달을 모르고, 버마재비는 한 달만 살기 때문에 일 년을 알지 못하며, 범부는 일생만 알기 때문에 영생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더위도 말복을 계기로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이번 태풍 '솔릭'이 지나가고 나면 서늘한 가을이 문득 우리 곁에 와 있을 것이다. 가을을 사색과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요즘같이 생존경쟁이 치열한 자본주의 세상에 살면서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핀잔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경험한 것처럼 경쟁하면 할수록 가슴은 황폐해지고 치열하게 살면 살수록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공허감은 무엇으로도 메울 수가 없다는데 공감할 것이다. 물질은 더없이 풍요로운데 우리는 여전히 가난하고, 지식은 넘쳐 나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내 삶은 무엇 때문일까? 그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어느 날 사슴이 물가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뿔을 보고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자신의 길쭉하고 볼품없는 다리를 보고 몹시 실망했다. 그때 총을 든 포수가 나타났다. 사슴은 깜짝 놀라 숲속을 헤치고 정신없이 도망을 치는데 뿔이 나뭇가지에 걸려 하마터면 포수에게 잡힐 뻔했다. 하지만 길고 날렵한 다리가 재빨리 달려 겨우 목숨을 겨우 부지할 수가 있었다. 안전한 곳에 이른 사슴이 곰곰이 생각했다. 평소 자랑스러웠던 아름다운 뿔이 위기를 당해서는 오히려 목숨을 잃게 할 수도 있는 위험물이 되고 평소 밉고 못생겼다고 구박하던 다리가 목숨을 살려준 은혜로운 것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어디선가 본 우화지만 그 풍자가 어떤 여운을 전한다.

내 삶의 뿔은 무엇이고 다리는 무엇일까? 우리는 세상에 살면서 돈의 중요함을 잘 안다. 건강과 지식과 명예의 중요함도 잘 안다. 그러나 아무리 밖으로 풍성하고 화려한 것이라도 그것으로 삶의 공허함을 메울 수는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다양한 취미와 여행과 인간관계가 그 인생을 다채롭게 해 줄 수는 있어도 그 진실을 채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교만이 많으면 사람이 따르지 않고 밖으로 꾸밈이 많으면 진실을 잃게 된다. 사람이 외상을 입었을 때 고통은 있어도 생명을 잃는 경우는 드물지만 폐나 간과 같은 내장기관이 병이 들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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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에 후영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사람의 진실됨이 깊었으나 관운이 없어 한낱 고을 관문의 문지기 벼슬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 문을 내왕하는 모든 사람은 후영의 진실함과 후덕함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후영이 죽고 난 뒤 그의 이름은 더욱 높아져 그가 지켰던 문은 많은 사람이 찾아가는 명소가 되었다. 지금의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출세를 지향하고 높은 명예를 구한다. 하지만 정작 자기 내면의 진실을 닦고 덕을 기르는 사람은 흔치 않은 세상이 되었다. 이럴 때 고전(古典)이 필요한 것 같다. 무릇 고전이란 오래된 책이 아니라 고금을 막론하고 동서양을 초월해서 인류 보편의 진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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