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현행 6단계서 '중-경증' 2단계 구분 추진
장애단체 "예산확보 없이는 인권보장 효과 퇴색"

장애인 등급제가 내년 7월부터 폐지된다. 그러나 장애인 등급제 폐지가 장애인 인권보장에 이바지하는 수준은 미비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10월 2일까지 입법예고한다. 개정안은 장애등급을 '장애 정도'로 변경해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단순하게 구분하는 내용이다. 장애 정도를 의학적 상태에 따라 1~6급로 나눠 복지 지원을 차등화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그간 장애인등급제는 급에 따라 각종 복지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개인의 욕구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복지부가 시행령 개정을 하려는 것은 중증과 경증을 구분해 등급제 폐지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고 기존 1~3급 중증장애인에게 인정돼 온 우대혜택과 사회적 배려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복지부는 앞으로 장애인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 인지특성, 주거환경 등을 고려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개발해 수급 자격과 지원 정도를 결정할 예정이다. 활동지원급여, 장애인 보조기기 교부,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 등은 내년 7월부터 시작하는 종합조사를 활용하고 장애인 이동지원과 소득·고용지원은 각각 2020년과 2022년에 적용한다.

복지부가 장애인 등급제 폐지와 함께 장애 정도를 참고자료로만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법 개정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비스 확대와 예산 확보 계획이 없고, 종합조사라는 부문이 '장애를 어떻게 인지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장애인 콜택시는 현 장애인등급제 1·2등급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급제 폐지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면 장애인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종합조사 점수제'는 기존 등급제처럼 활용되고 중증과 경증 장애를 나눈 것은 의미가 퇴색된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연대 정책실장은 "등급제 폐지는 경증이더라도 개인의 상황에 따라 서비스를 받을 길을 열어달라는 취지"라면서 "등급제를 폐지하더라도 서비스 확대와 예산 확보 계획이 없으면 종합조사 점수가 높은 장애인만 지원받기 때문에 사실상 등급제가 유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황현녀 경남장애인차별연대 집행위원장은 사회보장제도 개선 없이 법만 개정하는 것은 혼선만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장애 서비스는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서 장애인등급제만 폐지해서는 오히려 혼선만 늘어날 것"이라며 "등급제 폐지가 효율성을 갖추려면 어떤 서비스를 확대할 것인지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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