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탐 '공통+선택' 구조로
"선택권 확대 취지 이해하나 과목 쏠림 등 부작용 예상"

교육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 이후 학교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훨씬 복잡해진 수능 체제다.

교육부는 학생 부담을 완화하고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국어·수학·탐구를 '공통+선택형 구조'로 개편했다. 또 사회·과학 탐구의 문·이과 구분을 폐지했다. 선택과목 확대로 학생들은 816개 경우의 수 중 과목별 유·불리를 따져 응시해야 하는 혼란을 겪게 되고, 학교는 선택과목 쏠림 현상과 기초 학력 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수능은 국어·수학·영어·한국사·탐구·제2외국어(한문) 등 6개 영역으로 나뉜다. 이번 개편에 따라 국어·수학·탐구 영역이 '공통+선택형 구조'로 바뀐다.

국어 영역을 예로 들면 2021학년도 수능까지는 '독서·문학·화법과 작문·언어' 과목에서 출제되지만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독서·문학'은 공통 문제, '화법과 작문·언어와 매체'는 선택이다. 문법 등 국어 교육에 필수적인 영역이 선택 과목으로 분류·축소돼 고교 교육의 부실화 우려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이과에 따라 가·나형으로 구분됐던 수학 영역은 문과·이과 구분이 폐지되면 '확률과통계·미적분·기하' 중 1개를 선택한다. 탐구 영역도 문과는 사회 9개 과목 중 2개를, 이과는 과학 8개 중 2개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개편에 따라 문·이과 학생 모두 사회·탐구 17개 과목 중 2개를 선택하면 된다. 공대를 희망하는 학생도 사회 과목 2개를 선택할 수 있다.

학교 수업과 상관없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쉬운 과목에 학생들이 선택하는 선호도가 쏠린 상황에서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불일치가 우려된다. 도내 한 고교 교사는 "수능에서 학생들 선택권을 넓혀 고교 학점제를 준비하고자 하는 교육부 의도는 엿보이지만 학교 현장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공계열 학생이 우선 입시를 위해 쉬운 '확률과 통계'를 선택·공부하게 되면 미적분 기초도 모르고 입학을 하는 학생이 늘 것이다. 반대로, 폐지하려던 기하와 과학Ⅱ는 학계의 거센 반발로 수능 선택과목에 포함됐다. 학생과 학교 모두 공부 부담이 커진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선택과목 간 유·불리 문제를 완화하고자 필수과목은 75점, 선택과목은 25점을 배점하는 조정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변별력을 잃은 수능 체제 개편으로 대학에선 일부 과목을 선택해야만 입학할 수 있다고 지정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할 것이란 예측도 나와 학생들의 혼란과 부담이 가중될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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