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창원병원 바자 동네서점 반발
신간 10%이상 할인 출판법 위반
병원 "정부 산하기관에 장소제공"

대형 병원에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책을 반값에 판매하는 행사가 열려 동네서점이 반발하고 있다.

창원시내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ㄱ 씨는 지난 21일 위내시경을 받으려고 삼성창원병원을 찾았다. 로비를 지나던 ㄱ 씨는 시중 가격의 50%까지 할인해 파는 도서바자가 열리는 것을 목격했다. 2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바자는 병원 원우회가 주관하고, '청소년문화가족'이라는 곳에서 주최하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판매대는 환자·방문객 등으로 북적였다. 시중보다 싼 가격이어서 책을 사는 이들이 많았다. 출간된 지 1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책은 할인율이 10%를 넘으면 안 되는데도 반값에 판매되고 있었다. 1년 6개월이 지난 책은 팔고자 하는 가격에 맞춰 표지를 바꾸거나 가격표 스티커를 붙여야 했지만 안 지켜지고 있었다.

ㄱ 씨는 "얼마 안 남은 동네서점을 살리고자 창원시가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지역 대표 병원이 인근에 동네책방이 있는데도 할인 장사를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원시는 2015년부터 도서관 등 지역기관에 지역서점에서 사도록 하는 등 동네서점 살리기 정책을 펼치고 있다.

23일 삼성창원병원 로비에서 시중가격의 50%까지 할인해 책을 판매하는 '도서바자'가 열리고 있다. /류민기 기자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 '간행물 정가 표시 및 판매'에 따르면 시중에 나온 지 1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간은 10% 이상(마일리지·상품권 등 조합 땐 15%) 할인하면 안 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최대 300만 원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1년 6개월이 지난 경우라도 팔고자 하는 가격을 간행물에 표시하지 않으면 최대 100만 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병원 원우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청소년문화가족에서 바자를 열 것을 제안했으며, 병원에서는 장소를 제공했다"며 "도서정가제 영향을 받지 않는 책을 판매하는 것으로 안다. 판매 총액의 일부가 수익금으로 들어오는데 모두 저소득층 환우에게 후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바자를 상시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동네서점 살리기 같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것저것 따지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확인한 결과 '청소년문화가족'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 아닌 '개인사업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간행물 재정가 공표시스템에 등록 안 된 서적도 반값에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역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라 최대 300만 원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ㄱ 씨는 "병원에서 개인사업자를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도 웃기는 상황"이라며 "대형 병원에서 지역서점은 안중에도 없이 장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동네서점은 다 죽을 판"이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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