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선생추모사업회서 추진 "여성·비정규직 치유하는 쉼터"

창원에서 시민의 힘을 모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쉼터 마련이 추진된다. 이는 서울 시민이 십시일반으로 만든 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을 참고로 한 것이다.

꿀잠은 시민 모금과 재능 연대를 통해 세워진 비정규직 노동자 쉼터다. 꿀잠은 지난 2005년 불법파견·부당해고에 맞서 12년 동안 투쟁한 기륭전자 사태 이후 비정규직·해고 노동자 등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만들어져, 시민 2000여 명이 7억 6000만 원을 모아 건립됐다. 지난해 4월 공사를 시작해 노동자·종교인·시민단체·문화예술인 등 거의 매일 10여 명씩 힘을 보탰다. 지난해 8월 완공해 지난 19일 1주년을 맞았다.

창원에서는 '이경숙 선생 추모사업회'가 꿀잠과 비슷한 쉼터를 만들고자 나섰다. 추모사업회는 고 이경숙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쉼터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경숙 선생은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초대회장, 경남여성회 회장,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 등을 지내며 여성운동과 노동·인권운동, 진보정치 활동을 했다.

추모사업회 회원들이 모금을 하고 있다. 내달 5일 꿀잠 관계자를 초청해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 사례 등을 들어보는 강연회를 열고, 각계각층에 연대와 후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최영민 추모사업회장은 "여성과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우리 지역에도 사회적 약자가 쉬면서 기반을 다지고 교류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유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구체적인 위치나 운영계획 등은 차차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꿀잠은 사회활동가,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위해 휴식과 재충전, 상담·치유, 교육·문화, 소통·연대를 위한 공간이다. 이를 통해 시민운동을 활성화하고 차별없는 평등한 사회,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 1년간 1500여 명이 숙박을 했고, 전시·문화·교육공간에도 1500여 명이 다녀갔다.

사회활동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서는 상시 무료 숙식을 제공한다. 4층 건물인 꿀잠에는 카페 겸 식당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누구나 무료로 밥을 먹을 수 있고, 거리 농성을 하다 더러워진 옷을 빨 수 있는 세탁실이 마련돼 있다. 숙박도 가능해 지역에서 서울로 투쟁하러 간 노동자는 예약을 하고 묵을 수 있다.

경남도도 '이동 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 16일 발표한 도정 4개년 계획에 택배, 대리운전, 퀵서비스 등 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2019년 1곳, 시·군 수요에 따라 3~4곳을 확대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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