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의원 지나친 열정?
'복지부동' 공무원 불평?
직원 올린 글 설왕설래
의원 "열일하는 데 황당"
"서로 존중하는 문화 필요"

초선 도의원들의 지나친 열정일까. 아니면 정말 진상 도의원의 무리수일까? 지난 3일 경남도청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나도 한마디'에 '진상 도의원을 고발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경남도청과 도의회가 술렁이고 있다.

도청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글쓴이 '고발'은 이 글에서 진상 도의원을 일곱 가지로 분류했다.

△매일 등원해서 직원들 볶아대는 도의원(우리도 휴가 좀 갑시다) △메일로 각종 자료 요구하는 도의원 △주말에도 나오겠다고 하는 도의원 △물 없다, 먹을 거 없다, 주스 없다, 냉장고 채워놓으라고 이야기하는 도의원 △행정적인 절차 무시하고, 본인 말대로 다 해달라는 도의원 △갑질 하면서도 갑질인 줄 모르는 도의원 △직원도 사람인데 예의라고 눈곱만큼도 없는 도의원 등이다.

▲ 도청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갈무리.

글이 올라온 시점이 제11대 도의회 첫 의정활동으로 열린 제356회 임시회가 마무리된 지난 7월 27일 이후 임시회 전후로 공무원들이 몸소 겪은 여러 도의원의 경험을 정리한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다 여름 휴가철이 임박한 시점에 의원들의 자료 요청, 특히 주말·휴일 안 가리고 의원사무실로 의원들이 나오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공무원들의 정서 등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각종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더구나 주말에 혼자 나와 열심히 자료 들여보는 게 왜 진상 의원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일 좀 해보려던 차', 진상 도의원으로 '낙인' 찍힌 꼴이라며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나아가 이번 일로 의원들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자료 양도 방대하고, 컴퓨터 사용 등 일을 보기가 집보다는 의원사무실이 더 낫다"며 "본의 아니게 불편하게 했다면 미안한 일이지만, 도의원이 나왔다고 해서 공무원들이 눈치를 보는 관행적인 문화가 잘 이해가 안 된다.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 것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주말이나 휴일에 의원이 등원하는 건 마치 도청 실·국장이 '나는 일요일 나오지만, 당신들은 안 나와도 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즉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 나오면 알아서(?) 부하직원 한두 사람은 나와 보조를 맞추는 관행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글이 홍준표 지사 체제에 오래 길든 일부 도청 공무원들이 도의회가 더불어민주당으로 여야 균형이 깨지고, 전체 도의원 가운데 82.8%(48명)가 초선으로 채워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촌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밖에도 서로 익숙해져 가는 '조정 국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동근 경남도청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우리 조합원들도 도민들이 선출한 도의원이 요청하는 자료를 성실하게 준비한다. 절대 공무원 편의만을 위해 일을 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이번 일을 마치 도의원과 공무원의 대립적인 관계로 비약해서 보는 건 적절치 않다. 초선 의원들의 열정 등 선의로 해석할 부분도 있으므로 양쪽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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