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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꺼낸 말] 박우담 <설탕의 아이들>

당신도 우두커니 하늘 보고 있을테죠
진주에서 활동하는 시인
창공·별 담은 몽환적 작품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8년 08월 23일 목요일

아마도 시인은 자주 우두커니 하늘을 보고 있을 것이다. 변화무쌍한 무한한 창공이야 말고 그 상상력의 원천이다.

진주에서 활동하는 박우담 시인의 시집 <설탕의 아이들>은 이렇게 하늘에서 태어난 시집이다.

"하늘을 보고 읽었다. 구름을 보고 읽었다. 머리 위 날아가는 새를 보고 읽었다. 산그늘을 보고 읽었다. 강물을 보고 읽었다. 새털이 강물을 풀어지는 것 보고 읽었다. 강물에 떠내려가는 낙엽을 보고 읽었다. 산그늘에 적셔 있는 가을을 읽었다." ('시간의 몽환' 전문)

시인은 하늘을 향했던 시선 그대로 주변 사물을 바라본다. 변화 가득한 하늘만큼 다양한 사물들의 모양새가 섬세한 시인의 시야에 그대로 감지된다.

"감을 따봐./ 감이 매달린 방향이 모두 다르다. (중략) 바라보는 방향이 모두 다르고 육신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감을 따봐." ('감나무' 중에서)

그러면서 시인은 삶이란 아니 세상이란 애초에 명확한 경계가 없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사물과 사물, 인간의 인간, 생애와 생애의 불명확한 그 경계를 시인은 '몽환'이라 했다. 특히 시인은 밤하늘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습관이 있을 터였다.

시집 곳곳에 가득한 별의 이미지가 이를 보여준다. 별과 별 사이 그 아득한 우주 역시 그에게 몽환의 영역이다. 시인은 나비처럼 휘청거리며 위태롭게 별의 그림자 속에서 헤맨다.

"영혼이 환상과 상상과 떨림으로 빚어지는 꿈길/ 애처롭게 숨을 내뱉은 나비/ 박자와 템포를 훌쩍 넘어버린 나비/ 지문마저도 벗어놓고 떠난 나비/ 몽환의 시간 속으로 날아간다. 오, 밤의 색채와 리듬." ('몽환' 중에서)

시집에 자주 등장하는 '네안데르탈' 이미지 역시 인간도 짐승도 아닌 명확한 경계가 없는 존재. 몽환과 별의 그림자와 연결되는 시어다. 하여, 네안데르탈은 어둡고 희미한 몽환 속에서 언제고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갑판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칠흑이다/ 누가, / 별자리를 다 지워버렸는가// 검은 구름은 별똥별의 그림자를 삼켜버렸고,/ 바다는 숨결만 증식되었으므로/ 나는 갓 끊긴 탯줄처럼 갑판에 홀로 앉아 있지// 한 손에 창을 든 반인반마의 흉측한 모습으로/ 새벽별을 기다리는 건 내 전생의 기억이지 (중략) 검은 구름으로부터 빛은 시작되었고/ 나의 영혼은/ 흔들리는 전생을 이끌고/ 또 다른 신탁 속으로 흘러가고 있지." ('네안데르탈 13' 중에서)

네안데르탈의 눈빛을 한 시인은 지금, 어느 밤하늘을 또 그렇게 방황하고 있을까.

현대시 기획선, 128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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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뮤지컬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