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구매 중단 등 위축
상주 전문인력 없애기도
지역사회 "특색 살리기를"

최근 기업 내 갤러리들이 운영 방식을 바꿨다. 저마다 다른 이유를 말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갤러리를 전문적으로 이끌기 어려운 기업 사정 탓이 크다. 갤러리와 전시장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 나름의 특색을 갖춰 작품을 내보였던 기업 내 갤러리들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창원 금강미술관이 '소장품'전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지난달 '우영준컬렉션 -ⅩⅡ:Art Now in Gyeongnam(아트 나우 인 경남)'전을 시작했다. 이성석 금강미술관 관장은 "미술관을 설립한 우영준 ㈜한국야나세 회장이 28년간 수집한 소장품을 큐레이션해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번에는 도내에서 활동하는 미술가를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금강미술관에 내걸린 작품은 정순옥, 배달래, 정원식, 김태홍 등 경남작가 33명의 대표작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최근 몇 년간 여러 전시에서 봐왔던 그림들이다. 이는 우 회장이 최근까지 활발하게 그림을 구매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제15회 경남원로작가회원전'이 BNK경남은행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31일까지. /BNK경남은행갤러리

하지만 올해 금강미술관은 '기획전'만을 여는 갤러리가 되겠다는 처음 취지와 달리 소장품만으로 전시를 꾸리고 있다. 또 관장과 더불어 미술관에 상주했던 큐레이터를 없애며 전시 전문 인력을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대관 중심으로 바뀐 갤러리도 여럿이다. 경남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BNK경남은행갤러리 1·2층 대관 신청을 받았다. 경남은행은 사회공헌사업 중 하나로 갤러리를 지역 예술인들에게 무료로 대관한다고 밝혔다. 20일부터 여섯 번째 대관전 '제15회 경남원로작가전, 끝없는 여정'이 열리고 있다.

대관 형식의 갤러리는 전시 공간이 부족한 도내 사정을 고려할 때 지역 작가와 문화단체에 숨통을 틔워준다. 하지만 갤러리만의 특색있는 전시를 기대하는 관객 입장에선 아쉽다.

창원상공회의소 내 챔버갤러리도 대관 중심으로 운영한다. 그동안 갤러리가 작가를 발굴·초대한 것을 한국미술협회 창원지부(이하 창원미협)에 전시비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변경했다. 인력 사정 탓에 작가들이 주도하는 갤러리로 바꾼 것이다. 이와 함께 작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사업도 중단했다.

챔버갤러리와 협약을 맺은 창원미협은 올해 작가 5명을 선정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김재호 작가가 '시각공간의 회화적인 내재율'이라는 이름으로 회화적인 시각적 흐름을 강조한 그림을 내걸었다. 전시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이어 강동현, 박상복 작가가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창원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앞으로 마산미협, 진해미협과 협약을 해 전시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우수한 작가를 미협 추천으로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챔버갤러리가 진행하던 전시 여는행사와 팸플릿 제작은 없어졌지만 작가가 자유롭게 갤러리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작품을 내걸지 않은 곳도 있다. 창원 경남스틸㈜ 내 송원갤러리는 지난 3월 '조현계 초대전'을 끝으로 작품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한 해에 많게는 전시 네 개를 기획해 선보였던 송원갤러리는 올해 하반기 전시 계획이 미정이라고 밝혔다.

경남스틸은 지난 2012년 창사 22주년에 맞춰 송원갤러리를 열고 지역의 중진 작가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또 공단지역 노동자가 업무 현장에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힘써왔다.

송원갤러리 측은 "최근 광양 2공장 준공식 등 이유로 갤러리에 신경을 못 썼다. 갤러리 운영을 중단한 게 아니므로 이른 시일 내에 전시 소식을 알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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