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 "이러다 다 죽겠다" 애끓는 호소
원청 "우리도 피해자" 시 "개입 여지 없어"

"여기 앉아 계신 시청 공무원이나 건설업체 직원은 월급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지만, 저희는 당장 밀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면 생계를 꾸릴 수 없어 길거리로 내몰리거나 극단적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저희 처지를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 좋은 해결방안을 찾아 주십시오."

통영 연화도와 우도를 연결하는 국내 최대 규모 보도교를 보고자 전국에서 관광객이 밀려들고 있지만 정작 공사에 참여했던 영세업체들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애끓는 호소를 하고 있다.

그러나 원청사인 ㈜삼미건설(부산 소재)은 하도급업체인 서창중공업에 공사대금을 지급해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발주처인 통영시도 하청업체 간의 금전문제여서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대응에 미온적이라 영세업체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보도교 공사에 참여해 돈을 받지 못한 70여 개 업체 가운데 피해 금액이 많은 12개 업체 대표들은 22일 오전 시청 회의실에서 삼미건설 관계자와 시청 건설과장을 비롯한 담당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에 따르면 중장비부터 운수업·식당 등을 운영한 70여 개 업체는 지난해 7월 이후 서창중공업으로부터 공사대금 8억여 원을 받지 못했다.

영세업체 대표들은 "부산에서부터 경기도까지 이곳으로 와 통영의 자랑이자 명물인 보도교를 제작하고자 피땀을 쏟았다"며 "우리 영세업체들은 오로지 관급공사라는 체계를 믿고 비록 저가공사일지라도 묵묵히 마무리지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창중공업과 삼미건설 간 마찰로 지난해 7월부터는 원도급사의 직불관리가 시작됐는데 그럼에도 서창중공업은 지난 6월까지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했으며, 마치 서창중공업이 공사 대금과 관리를 하는 것처럼 수많은 업체를 속여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12개 업체 대표는 각종 증명서와 권리 서류를 삼미건설에 전송하고 시청에도 호소했으나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대책회의에 참석한 이정중 삼미건설 기술상무이사는 "우리도 피해자다. 삼미건설이 서창중공업에 줄 돈은 1500만 원에 불과하다. 우리도 서창중공업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는 업체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1500만 원밖에 남지 않은 상태여서 재판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한 업체 대표는 "결국 삼미건설이 서창중공업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낸 이유가 승소하면 우리에게 공사대금을 갚을 이유가 없다고 발뺌하기 위한 것 아니냐"라고 짚었고, 원도급사 직불관리 이후 공사에 참여한 업체 대표는 "직불관리에 들어간 만큼 내가 한 공사대금은 서창중공업과 무관한 삼미건설이 지급해야 하는 것"이라고 따졌다.

시 건설과 김상덕 지역개발담당은 "영세업체들의 요구로 원청에 지급해야 할 9억 8000여만 원을 묶어 두고 있지만 하청업체로부터 일감을 받은 영세업체들 간 문제라 개입할 여지가 좁다. 미지급금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진행이 더디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1월 착공한 보도교는 총사업비 98억 원을 투입해 지난 6월 개통됐다. 보도교는 불교 성지로 유명한 연화도 불교테마공원 조성사업과 찾아가고 싶은 섬 우도 조성사업을 연계한 2012년 행정자치부 시책사업에 선정된 것으로, 총연장 309m 중 현수교 230m, 트러스교 79m, 반하도까지 접속도로 201m로 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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