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비바람에 안전사고 우려
27개교 휴업·9개교 등교 조정
양산·진해 용원 등 긴장 여전

제19호 태풍 '솔릭'이 23일 서해를 따라 북상하다 한반도에 상륙한다. 매우 강한 비바람을 동반해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솔릭이 23일 오전 3시 제주, 오후 3시 전남 목포 인근을 지날 것으로 내다봤다. 24일 오전 3시에는 서울 부근으로, 오후 3시에는 속초 부근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25일은 북한 청진을 지나는 등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3~24일 경남서부지역에 100~250㎜, 지리산 인근지역에 400㎜ 이상, 나머지 지역에 30~80㎜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솔릭은 22일 오후 3시 현재 초속 43m 중형급 크기로 북서진하고 있다. 초속 32.7m 가 넘으면 '싹쓸바람'(hurricane)으로 광범위한 파괴가 발생한다. 강풍 반경은 380㎞에 달한다. 태풍특보가 발효된 남해안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경남도교육청은 23일 도내 27개 학교가 휴업하고, 9개 학교가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도록 했다. 휴업·등하교 조정이 필요하면 23일 오전 6시 이전에 안내할 방침이다.

태풍 19호 솔릭이 한반도를 향해 접근 중인 22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의 한 상가 지하주차장이 폐쇄되고 입구에는 모래주머니 등을 설치해놨다. 해운동 일대는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태풍 '차바' 악몽 떠올라 = 지난 2016년 태풍 차바로 큰 피해를 본 지역에서는 긴장감이 돈다.

양산 상북면 대우마리나아파트(622가구) 주민은 기상예보에 집중하고 있다. 당시 이 아파트 주민은 양산천이 넘쳐 지상 1층까지 물이 차올라 긴급대피를 했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400여 대가 피해를 봤다. 또 정전과 수도 공급 중단 등으로 생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양산은 도로·교량 53곳, 산사태 40곳, 하천 80곳, 소규모 수리시설 52곳 등 322건(275억 원) 피해가 발생했다. 주택 파손·침수, 농경지 피해 등 피해액도 컸다. 양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967억 원(국비 245억 원)을 들여 복구를 했다. 특히 양산천 복구에만 532억 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경남도와 양산시가 진행하는 양산천 수해복구사업은 14㎞ 구간 전체를 전면 개선하는 대규모 복구공사로 장기화되면서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최성길(59) 씨는 "2년이 지났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아직 수해복구 공사가 진행 중인 양산천이 과연 안전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상습 침수를 겪는 창원도 마찬가지다. 창원시 진해구 용원지역은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12년 산바, 2016년 차바 등 태풍 때마다 물난리를 겪었다. 창원시는 태풍에 대비해 지난해 7월 진해 해안지역에 길이 800m 차수벽을 기존 1.7m에서 2m로 높였다. 진해구청은 용원어시장 일대 배수 펌프장을 점검했다. 용원어시장 한 횟집 상인은 "우선 바람에 날아갈 만한 큰 물건을 치우느라 바쁘다. 매번 하수구 물이 역류해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창원에서 저지대로 꼽히는 마산어시장과 해안대로도 침수 우려 지역이다. 이 지역은 지난 2003년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 '매미'를 겪은 아픔이 있고, 2016년 태풍 '차바' 때도 침수피해가 잇따랐다.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해안대로 주변 상인들은 걱정이 크다. 마산어시장 장어거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이규철 씨는 22일 오후 가게 앞에 내놓은 음료 냉장고를 밧줄로 묶고 있었다. 이 씨는 방재언덕이 생겼지만 이후 첫 태풍이라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씨는 "11일 대조기 때도 물이 발목까지 찰랑거렸다"고 말했다.

마산어시장 상인 박모 씨는 "방재언덕 옆에 펌프장이 있지만, 역류하는 바닷물을 막는 역할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날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방재언덕과 구항 배수펌프장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했다. 방재언덕에는 횟집, 수산센터 등이 몰려 있는 해안가 800m를 따라 높이 6.5m 투명 강화 유리벽이 설치돼 있다. 장어거리와 약 70m 거리다. 김 지사는 "자연재해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더라도, 인재는 안 된다. 침수 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농어민·기업도 비상 = 농민과 어민, 기업도 태풍 소식에 비상이 걸렸다. 비닐하우스, 과수원 등은 강풍에 대한 우려가 크다.

창원 대산면은 수박·참외·파프리카·고추·당근 등을 재배하는 시설재배 농가가 밀집한 지역이다. 김원년 이장협의회장은 "하우스 농가는 태풍에 대비할 수 있는 점검사항이 노끈밖에 없다. 하우스 외부에 느슨하게 묶였던 노끈을 재정비했다. 또 파묻혔던 기존 배수로 정비를 하고, 잡초를 제거해 빗물이 원활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작업을 했다"며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했다.

창원 대산면에서 감나무 농사를 하는 강창국 씨는 "배수로 정비와 나무 지지대 설치작업을 했지만, 정작 중요한 잎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는 작업을 완벽하게 못했다"며 "강풍에 대비한 방풍벽은 설치했지만 방풍그물을 쓰지 못했다. 방풍그물을 쓰면 바람 피해가 약 50% 줄어든다는데 비싸다.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부분이라도 지원해주는 대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손제범 밀양얼음골사과발전협의회장은 "자연재해를 어떻게 농민이 막을 수가 있겠느냐마는 최대한 사과나무가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안가에 사는 어민도 태풍 대비에 분주하다. 통영시 산양읍 삼덕어촌계 김용덕 어촌계장은 "태풍이 직접 경남을 강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삼덕항에 소형 어선 등 200척이 넘는 어선이 대피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두리 양식장은 강풍과 파도에 물고기가 휩쓸려가지 않도록 뚜껑을 덮었다. 지난 2003년 남해안을 강타한 매미 같은 태풍만 아니면 어장은 무사할 것으로 보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삼권 하동군 금남면장 "마을 이장 회의를 앞당겨서 지난 21일 했다. 붕괴 위험지역이 있는 축대 등을 점검했는데 일부는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어 인근에 있는 마을 주민들을 마을회관으로 대피시켰다"며 "소형 어선은 이미 육지로 옮겨 놨다. 가두리 양식장 피해도 우려돼 양식장 관리실이나 제어실, 사료 창고 등을 안전지대로 옮겨 놨다. 낚시꾼들도 철수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체들도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태풍 경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통시장도 태풍 피해 대비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 관계자는 "비상 근무체제 속에서 위험지구·옹벽, 특히 건설현장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각 업체에 재해 예방요령과 태풍 경로를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전통시장에 △상습 침수구간 사전 배수시설 점검·배수펌프 준비 △배수구 거름망 위 방치 물품과 낙엽·쓰레기 등 제거 △가스 사전 차단과 불필요한 전기선 점검 △전기·전자제품 등 고가 상품은 높은 곳에 보관 △입간판 실내 보관 △아케이드 점검·펼침막 한시적 제거 등 피해 예방 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축제와 행사도 차질을 빚고 있다. 남해군은 24~25일 개최 예정이었던 '제2회 보물섬 남해 갈화 왕새우 축제'는 31일 연기됐다. 의령군은 농업인 대학 교육, 경남도민예술단 '연극 오케이 컷' 순회공연을 취소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